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의원총회 권고에 따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가운데 이날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한편 앞으로의 당·청 관계를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서 봉건왕조의 군주나 조직폭력집단의 두목을 연상케 하는 퇴행적 리더십을 드러냈다”며 “자신이 현대 민주공화국의 지도자로서 자격 미달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의 낙마는 청와대와 집권당의 관계가 흘러갈 방향을 예고한다. 향후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투톱은 청와대의 충실한 ‘메신저’ 노릇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며 “호통과 협박과 짜증으로 새누리당을 줄 세우는 데 성공한 박 대통령은 헌법이든 당헌·당규든 개의치 않는 ‘사실상의 총재’로 군림할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는 “박 대통령이 이번처럼 당무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 당청 분리 원칙은 깨질 수밖에 없고 양김시대의 잔재인 제왕적 총재제로 회귀할 게 뻔하다”며 “지금 같은 훈계 정치에서 벗어나 쌍방향정치로 가야 여권의 갈등을 수습하고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일보도 “박 대통령이 잃은 것이 많다. 건전해야 할 당·청 관계가 크게 틀어졌고, 야당은 물론이고 입법부 수장과도 관계가 서먹서먹해졌다”며 “박 대통령은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남겨진 숙제가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을 내던지고 왕에 버금가는 제왕적 대통령의 패권적 행태만을 추구했다”며 “그 결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여당 원내대표를 내쫓는 데엔 성공했을지 모르나, 정당민주주의 가치는 처참하게 짓밟혔다. 160여명에 이르는 여당 국회의원을 뜻대로 복종시켰을지는 모르나, 훨씬 더 많은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사태는 수평적 당청관계와 같은 평소 구호가 무색하게 여당이 청와대의 하부조직에 다름 아님을 스스로 확인한 셈”이라며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정당민주주의를 1970년대로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왕적 대통령, 배제·불통의 리더십 등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된 점은 큰 손실”이라며 “박 대통령은 이번 거부권 사태를 냉정히 돌아보고 교훈을 얻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과 관련해서는 보수·진보 매체별로 각자 다른 목소리를 냈다. 보수 매체는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그가 청와대를 비롯해 당 내부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발단은 유 원내대표가 5월29일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청와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국회법 개정에 합의한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와 소통이 부족했고 당에도 협상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독단’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사퇴의 변에서 그가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불러온 국회법 개정안 처리 잘못을 자성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맹탕 개혁’으로 지적되는 공무원연금 개정안 협상에서 유 원내대표가 야당에 끌려 다니다가 ‘입법 독재’에 악용될 수도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당과 청와대의 내부 의견 조율을 충실히 못한 잘못도 부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것은 새누리당이 좀 더 가운데로, ‘개혁적 보수’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신념의 표현”이라며 “그러나 당론 수렴 없는 개인적 견해이다. 원내대표가 당의 색깔을 바꾸거나 ‘자기 정치’를 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쌍방향 대화보다는 일방통행식 지시와 보고에 익숙한 박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도 문제지만 사전 조율 없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노선과 다른 얘기를 하는 집권당 원내대표의 모습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며 “국정을 함께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반목함으로써 국민을 실망시키고 불안하게 했다”고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반면 진보 매체는 그의 사퇴 선언문에 주목하며 보수 정당에도 한 가닥의 결기와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유 원내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언급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다짐했다”며 “일련의 발언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친박 대 비박’이나 ‘박근혜 대 유승민’의 싸움을 넘어선 ‘수구보수 대 개혁보수’의 대결이었음을 선명히 보여준다. 그의 사퇴는 새누리당 내 수구보수의 승리, 개혁보수의 패배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최소한의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리를 손쉽게 저버리는 국회의원과, 당 대표와, 대통령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앞날이 걱정스러운 건 일부 국민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라며 “그나마 유승민 대표의 사퇴 선언문을 읽어보면 보수정당에도 한 가닥의 결기와 희망이 있음을 엿볼 수 있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