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 2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리스트에 거명된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병기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무혐의’를 처분했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공소권 없음’ 결론을 내렸다. 불구속 기소된 인물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뿐이었다. ‘권력실세 면죄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3일 대부분의 조간신문은 검찰의 이 같은 수사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눈치 검찰’ ‘정치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진작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초라하기 그지없다”며 “그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빼도 박도 못할 정황이 드러난 두 사람만 소환 조사한 뒤, 나머지 6명에 대해선 한참이나 직접 조사를 미뤘다”며 “수사를 그렇게 해놓고선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다른 증거가 없으며, 경남기업 자금 사정상 그런 거액이 나올 수 없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으니 교묘한 왜곡수사란 말을 듣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 전 회장이 지난 4월 목숨을 끊기 전 전화 인터뷰를 했던 경향신문은 “검찰의 ‘최선’을 신뢰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경향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치면상을 가져올 ‘대선자금’에 관련된 인물에게는 모두 ‘혐의 없음’이라는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이 같은 결과는 특별수사팀이 구성되고 4월28일 박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대국민담화’ 발표 때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가 성 전 회장 사면에 개입했는지 조사한다며 15시간의 강도 높은 소환조사를 벌이고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과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막판에 수사대상에 끼워넣었따”며 “‘꿰맞추기’ 혹은 ‘물타기’ 수사로 비난받는 이유”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치권은 당초 약속대로 특검을 논의해 제대로 된 실체 규명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성완종 수사의 핵심은 대선자금 의혹 규명”이라며 “하지만 검찰은 처음부터 물증이나 목격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이 대선자금을 밝혀내기 위해 한 일이라고는 뻔한 질문이 담긴 서면질의서를 보낸 게 고작”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의혹의 몸통에 손도 못 댄 검찰이 막판에 리스트 밖의 인물을 수사한다고 나선 것은 이런 부실수사를 가리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며 “이번 검찰 수사가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었다는 사실은 성 전 회장 측근 2명이 구속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멀쩡히 살아남고 엉뚱하게 폭로한 쪽만 처벌받은 셈”이라고 했다.
일부 보수신문의 논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권력 실세들이 연루된 의혹인 만큼 무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실을 파헤쳤어야 한다”며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2012년 대선자금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정치인들에 대한 계좌 추적도 하지 않았다.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3명 등 역대 최고 거물급 정치자금 리스트가 공개됐으나 이중 검찰에 소환된 정치인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3명뿐”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이번에도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했다. 동아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과거에서 현재까지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라’는 박 대통령의 주문과는 달리 검찰이 소극적 수사에 그침으로써 이번 일을 정치개혁의 단초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구상은 물 건너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노건평씨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도와준 대가로 5억원을 취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은 “성 전 회장이 2005년에 이어 2007년 잇따라 특사를 받은 배경은 의혹투성이였다”며 “특사라는 엄중한 국정이 대통령 형에 의해 좌우됐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선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사면은 법무부 소관’이라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 사람들은 ‘이명박 당선인 쪽 부탁’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들이 정말 노건평씨 관련 사실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