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저녁 무렵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다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린 의사가 뇌사에 빠졌다는 속보가 ‘한국일보’에서 나왔다. 35번째 환자로 명명된 이 의사는 30대 후반으로 평소 별다른 질병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만약 그가 메르스에 걸려 숨졌다면 메르스에 대해 어느 정도 대처할 줄 알고 30대 후반으로 젊었다는 점 때문에 사회적인 공포와 파장이 엄청났을 것이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 의사가 서울 각 구에 사는 1500여명이 참석한 한 모임에 간 적이 있다며 이들을 격리하는 등 방역 조치를 내놓은 바 있어 긴장감은 더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YTN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밤사이 ‘한국일보’는 ‘뇌 손상’으로 기사를 다소 수정했고, YTN은 사망 기사는 오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뇌사와 사망 보도에 온 국민이 불필요한 공포감까지 가지게 됐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다음날 페이스북 등 에스앤에스(SNS)에는 언론들이 ‘기레기’임을 또 한번 증명했다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요새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취재와 기사 쓰기에 여념이 없다. 매일 쏟아지는 확진자 및 사망자 현황을 분석하고, 메르스가 평택성모병원 병동에서 그리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에 대해서도 정신없이 취재해 기사를 쓴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기자실에 나와서 기사를 쓰는 생활이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어 가니, 체력이 소진돼 가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등 의료진이나 메르스 환자들이 어떻게 감염됐는지 확인하는 역학조사관들처럼 힘들지는 않겠지만.
복지부 출입 기자들은 농담 삼아 6년 주기설을 말한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2003년, 지금은 캘리포니아 A형 독감이 된 신종 인플루엔자는 2009년, 그리고 올해 메르스 감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사스와 신종 인플루엔자 때에도 각종 오보는 많았다. 아직 환자로 확진되지도 않았는데 사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도 버스 기사가 감염됐는데도 버스 운전을 계속 해서 많은 승객에게 감염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도 사실이 아니었다.
기사의 생명 가운데 한 쪽이 정확함이라면 다른 한 쪽은 신속함이기 때문에 취재 현장에서 속보 경쟁이 자주 벌어진다. 그러다가 대형 오보 사건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놀라고 언론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는 일이 반복돼 온 것이다.
이런 오보 논란 등을 막아 보고자 복지부 출입기자들은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에 공동으로 2012년 말 ‘감염병 보도준칙’을 만든 바 있다. 국민들에게 감염병에 대해 공포만 양산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언론보도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였다. 몇 가지 준칙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감염병 보도는 현재 시점까지 사실로 밝혀진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감염병 보도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사실이 전달되지 않도록 과도한 보도 경쟁을 자제한다.’ 감염인의 신상에 관한 보도는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의 단어를 삼간다.’
많은 메르스 기사를 돌아볼 때 이 준칙이 잘 지켜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사실 2012년 말 준칙이 만들어졌지만 그 동안 출입 기자들이 거의 다 바뀌었기 때문에 복지부 출입 기자들 탓을 할 수도 없다. 또 기사가 데스크 과정을 거치는데 대부분의 데스크는 준칙의 취지와 내용을 잘 모른다. 이번 메르스 유행을 계기 삼아 감염병 보도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논의는 또 필요하다.
35번째 환자는 인공호흡기 등을 부착하고 있지만 16일 기준 상태가 더 악화되지는 않고 있다. 그의 쾌유는 물론 메르스에 걸린 모든 환자가 무사히 완치 판정을 받고,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아 메르스 기사를 쓸 일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메르스가 유행하게 만든 한국의 의료체계의 민낯이나 메르스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을 고치도록 요구하는 기사는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