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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에겐 친구 만나기도 사치더군요"

시사IN 김연희·신한슬·이상원 기자
고시원서 알바하며 최저임금 체험
5580원 시급에 울고 '꺾기'에 절망
지면에 못한 이야기 뉴스펀딩 연재

김희영 기자  2015.06.10 13: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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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최저임금 시간당 5580원.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하고 주휴수당까지 받는다면 한 달 수입은 116만6220원이다. 과연 이 액수가 노동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담보할 수 있을까.


6월 말 최저임금위원회는 2016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액수를 결정한다. 시사IN 수습기자인 김연희, 신한슬, 이상원 기자는 검증에 나섰다. 제목은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김연희, 이상원 기자는 회사로부터 116만6220원을 미리 지급받고 한 달 동안 알바를 하며 이를 갚아나가기로 했다. 기자라는 신분을 숨기는 것은 물론 타사 기자들과의 접촉, 선배들의 도움도 모두 금지됐다. 김 기자는 식당에서 일했고 이 기자는 일주일마다 일자리를 옮겼다. 일이 끝나면 월세 20만~30만원대의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매일 일기와 가계부도 작성했다. 신한슬 기자는 20대가 아닌 다양한 나이대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취재했다.


“이건 저희들의 고생기가 아닙니다. ‘이게 이만큼 힘들다’가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을까’를 실험해본 것이죠.”(김연희 기자)


이 기자는 기사에서 “‘노동’만 있고 ‘생활’은 없었다”고 했다. 운동이나 공부, 친구 만나기 등 최소한의 생활은 사치일 뿐이었다. 김 기자는 17차례의 ‘꺾기(손님이 없을 때 직원 일부를 조기 퇴근시키는 것)’를 당했고, 끼니도 제때 챙겨먹을 수 없었다. 이 기자는 “고용주도 손님도 알바생을 자판기 보듯 하는 느낌”이라며 “호칭은 이름이 아니라 ‘친구야’였다. 그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녹아 있는데 글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한 달간 김 기자는 9만6630원, 이 기자는 15만5674원 적자를 봤다. 


“열심히 일하면 잘사는 게 자본주의죠. 최저임금이 비현실적인 이유는 열심히 일해도 잘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밥은 먹을 수 있고,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항상 허덕이는 겁니다.”(신한슬 기자)


“아끼고 아끼면 80만원으로도 살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여쭤보고 싶어요. 당신의 아들딸에게 그런 인생을 권할 수 있는지, 혹은 당신은 평생 그렇게 살 수 있는지 말이죠.”(이상원 기자)


“한번 최저임금 노동자가 되면 빠져나오기가 정말 힘듭니다. ‘너희들이 부족해서’라고 비난하려면 최저임금 노동을 하면서도 고임금 노동으로 옮겨가는 구조가 가능해야겠죠.”(김연희 기자)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기자로서의 고민에 부딪히기도 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체험기를 쓴다는 데 감정소모도 컸고, 기사가 나가면 누군가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가 갈까 걱정도 많았다. 김 기자는 “기사에는 악랄한 면만 부각됐지만 주방아줌마도 점장님도 친동생처럼 대해줬다”면서 “그렇지만 이런 가족적 분위기는 불법적인 행위를 당했을 때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 달 동안의 경험과 취재 내용을 모두 지면에 담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시사IN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 지난 2일부터 다음 뉴스펀딩에 보다 생생한 체험기를 연재하고 있다. 9일 오후 2시 현재 후원금 127만8000원이 모여 목표치인 558만원의 22%를 채웠다. 또한 8일부터는 게임 인터렉티브(5580.sisa.in)도 오픈했다. 게임은 신 기자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는데, 독자들이 최저임금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프린세스 메이커’ 형식으로 스토리를 구성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최저임금의 그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신 기자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메르스 확산으로 가장 높은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은 서비스업계 최저임금 노동자라는 점이었다. 신 기자는 “마트에서 일하는 분들은 고객들이 겁을 먹는다는 이유로 마스크도 쓰지 못한다”며 “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을 가장 많이 접하지만 위생 관리조차 하지 못하는 그들의 상황에 주목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