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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어 메르스도 무능…불신받는 정부 민낯 고스란히

<메르스 취재기자들 목소리>
보건당국 매뉴얼만 고집
"복지부 아니라 답답부"
일부 언론 공포감 조장

강아영 기자  2015.06.09 22: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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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메르스 대응은 한마디로 빵점이다. 체계도 없고 성실성도 없고 의지도 없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묻는 기자협회보의 질문에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무능한 정부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고 했다.


메르스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가 갈수록 늘고, 격리자가 9일 현재 3000명에 육박하는 등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 여파가 미치고 있지만 정부의 무능은 세월호 참사와 판박이라고 취재기자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정부는 실책을 거듭하며 메르스 확산에 일조했다. 윤정식 JTBC 기자는 “주무부처가 비전문적으로 병을 대했다”며 “사스나 신종플루 대처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전파력, 치사율도 모르는 미지의 병에 대해 자신만만해 했다. 아랫사람들의 과신을 그대로 보고받은 장관 역시 보건 쪽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서울신문 기자는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데 보건당국은 매뉴얼만 고집했다. 공무원 특유의 경직성, 상황에 대한 유연성 부족에 더해 고집까지 갖고 있었다”며 “아직도 브리핑할 때 기자들이 던지는 10개의 질문에 5개도 대답을 못 한다”고 말했다. 오점곤 YTN 사회문화전문기자는 “국가가 정신 차리고 컨트롤해야 하는데 아직도 인식의 전환이 덜 된 것 같다”며 “큰일을 조그맣게 보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보건답답부’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불신도 이미 극에 달해 있다. 정보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SNS에서는 괴담과 유언비어가 떠돌았고 국민들의 메르스 공포가 극심해지는 사태로 번졌다. 결국 정부는 최근에야 발생·경유 병원 명단을 공개하고 병원 간 의심환자 조회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일혁 YTN 기자는 “초기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으면 시민들의 불안감이 덜 했을 것”이라며 “감추다보니 의혹이 생기고 의혹이 불신이 돼 결국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말했다. 변해정 뉴시스 기자는 “판단 미스로 병원 공개 시점이 늦어지다 보니 일찍 공개했을 때 벌어지지 않을 후유증까지 정부가 감당하고 있다”며 “좀 더 발 빠르게 움직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체적인 엇박자 속에 청와대의 행보는 국민들의 속을 더욱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메르스 대응의 중심에 있어야 할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태를 걱정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게 취재기자들의 이야기다. 


손효숙 한국일보 기자는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 잘 모르겠다”며 “메르스 대응을 총괄하는 정부 내 사령탑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윤정식 JTBC 기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밤중에 연 기자회견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결국 적절하게 행동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했어야 하는 행동이었다. 박 대통령이 보여주는 위기감의 무게가 국민과 너무 동떨어진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능은 언론과의 불통으로도 이어진다. 이현정 서울신문 기자는 “지난 1일 메르스 환자가 처음 사망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복지부 대책반 앞으로 달려갔더니 관계자가 ‘돌아가라’고 했다. ‘계속 복도에 서 있겠다면 청사경비소에 신고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았다”면서 “기자들은 기자실에 얌전히 앉아 정부가 전하는 상황만 받아쓰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고 전했다. 이재호 세계일보 기자도 “브리핑 시간 외에는 관계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던지면 확인해서 답해주겠다 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언론도 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메르스 사태를 축소 보도하거나 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2012년 12월 공동으로 제정한 ‘감염병 보도 준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단적인 예로 감염병 보도 준칙에서는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의 단어를 삼가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포털에 메르스 기사를 검색하면 제목에 ‘메르스 공포’ ‘메르스 패닉’이 붙은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제지 한 기자는 “언론이 초기에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복지부와 전문가 단체의 얘기를 들으며 세뇌된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처음 확진환자가 나왔을 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축소 보도했다”고 말했다.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는 “감염병 보도 준칙을 잘 지키고 있는 언론도 있지만 일부 언론은 공포, 혼란, 대유행 등의 단어들을 제목에 노출시키며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제목장사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매체들이 안전과 위험 사이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