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공정보도 장치인 편집총국장 제도를 폐지한 박노황 사장이 이번에는 전임 노조 간부를 지방으로 발령해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15일 29명의 사원 인사를 냈다. 이 인사에서 2012년 103일 파업을 주도했던 공병설 전 노조위원장과 2010년 노조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를 지냈던 이주영 기자(부장대우)가 각각 충북 제천과 대전충남취재본부로 발령을 받았다.
박 사장의 원칙 없는 보복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이 18일 하루만 10개 기수에서 나왔다.
“박노황 사장은 연합뉴스를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저희는 지금 행복하지 않습니다. 박 사장은 일에 미쳐 있는 후배를 보고 싶다고 했지만 저희는 오히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속이 상합니다.” (연합뉴스 31기 성명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일부)
연합뉴스 18·23·26·28·29·30·31·32·33·34기 기자들은 이날 잇따라 성명을 내고 박노황 사장의 보복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18기 기자들은 “‘공포 경영’ 아래 한번 눈 밖에 나면 아무리 시간이 흐르더라도 보복한다는 인식이 퍼진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포정치를 펼쳤던 자코뱅당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했다.
26기 기자들은 “연합뉴스에 몸담은 지 11년째지만 이렇게 긴급한 조처는 처음”이라며 “지방은 졸지에 ‘유배지’로 전락하고 우수 인력을 서울에 보내는 곳이 됐다”고 개탄했다. 28기 기자들은 “경영진이 옛 원한을 버리고 화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간청한다”고 했다.
29기 기자들은 “편집회의 자료 유출자 ‘색출 작업’부터 이제는 인사 전횡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영진은 인사는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원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면 그에 응당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번 인사가 원칙없이 이뤄졌다는 걸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30기 기자들은 “경영진이 회사 안이 아니라 회사 밖 어딘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면서 “노사 관계가 파국을 치달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 경영진이 징계성 인사를 강행한 것에 어떤 배경이 작용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32기 기자들은 “파업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쳐 노사가 도입하기로 한 편집총국장제가 무력화된 데 이어 지난 15일 인사를 보면서 그 신의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며 “가처분신청을 취하하면 ‘보복인사’를 보류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박노황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태도에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3월22일 사측을 상대로 콘텐츠융합담당 상무, 편집국장직무대행, 전국·사회 에디터, 국제에디터 등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및 단체협약 이행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으나 사측이 가처분 소송을 취하하면 2012년 파업 지도부에 대한 지역 발령 인사를 보류하겠다고 약속해 지난 6일 가처분을 취하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사장은 회사를 상대로 한 가처분 소송을 취하하면 파업 지도부에 대한 지방 발령 인사를 보류하겠다는 약속도 무시했다”면서 “편집권 독립 제도를 무력화하고 인사 폭거를 자행한 사장에 맞서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