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15.04.29 14:26:30
“법조기자의 숙명이라고나 할까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법조기자들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그저 조금 더 바빠졌을 뿐이다” “평소에도 업무 강도가 센 편이라 달라진 점을 잘 못 느끼겠다”고 말하는 기자들. 그러나 정권 핵심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인데다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면서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우선 취재 인원부터 달라졌다. 노현웅 한겨레 기자는 “원래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서울고등검찰청 출입기자를 모두 합해 60~70명 선인데 100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에서 7년 정도 일한 종합일간지 A기자도 “법조를 출입하다 다른 부서로 발령 났던 기자들이 다시 파견오고 있다”며 “80명이 앉을 수 있는 고검 기자실이 꽉 차 임시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종합편성채널 B기자는 “평소에는 법조기자들이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으로 갈라져 있는데 지금 검찰로 ‘올인’하고 있고, 특히 방송사들은 검찰에 기자들을 다 몰아넣은 상태”라며 “사건기동팀 1~2명도 추가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업무 강도도 세질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사 C기자는 “평소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성완종과 관련된 신문, 방송 뉴스들을 모조리 스크린하고 있는데 뉴스가 너무 많다”며 “각 언론사들 뉴스를 체크하는 것만도 업무량이 어마어마하다”고 토로했다. A기자는 “조간신문은 저녁 뉴스에서 단독이 나오는 경우, 그 내용을 실어야 한다”며 “이 탓에 검사들과의 저녁 약속도 모조리 취소되고 24시간 대기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종합일간지 D기자도 “돌아가면서 하는 야근을 요새 매일 한다”고 말했다.
뻗치기도 예외일 수 없다. 최석진 아시아투데이 기자는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고검 앞에는 아침부터 방송기자 20여명 정도가 뻗치기를 한다”며 “경남기업 직원들 얼굴을 모르니 무조건 찍고, 나중에 자료화면으로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B기자는 “경남기업 주변 인물들이나 운전기사 집 앞에서도 기자들이 뻗치기를 한다”며 “거물 정치인들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거론되면 앞으로 업무 강도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윗선에서의 기사 압박도 일선 기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신사 E기자는 “방송사는 성완종 이슈가 터진 이후 시청률이 높게 나와 큐시트를 비워놓고 기다리는 정도”라며 “신문도 1면 한 꼭지, 해설박스를 비워놓고 기다리거나 심하게는 두세 개 면을 비워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B기자도 “종합일간지의 경우 판갈이 때 ‘성완종 속보’로 표시해두고 빈칸으로 해놓는 경우가 많다”며 “신문은 1면을 비워놓고 쪼고, 방송사들도 물 먹을 때마다 쪼니 기자들이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전했다. A기자는 “특별수사팀에서 매일 풀을 해주면 좋은데 공보 역할을 하는 분이 수사를 병행하다보니 언론에 시간을 많이 못 내준다”며 “뉴스거리가 나오는 날도 있지만 없는 날도 있어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각 언론사마다 단독이 쏟아져 나오는 탓에 취재 경쟁도 치열하다. A기자는 “최근 성완종 측근이 새벽 2시에 검찰 조사를 끝내고 나온 후에 모 기자의 차를 타고 집에 간 적이 있다. 새벽까지 같이 있었다는 말에 언론사마다 정보보고가 올라가고 다들 촉각을 곤두세웠다”며 “타사 기자들의 일거수일투족도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종합일간지 F기자는 “타사의 특종을 훔치거나 정확도가 굉장히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곳들이 오보를 하고 있다. 일어나지 않을 행동들이 요즘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