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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손석희' 변명 뒤에 숨다

성완종 녹음파일 보도에 팽목항 진정성 의심 받아
시민 알권리 내세웠지만 취재 윤리 위반 목소리

김고은 기자  2015.04.21 22: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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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신뢰받는 언론인 1위.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이다. 지난 2013년 5월 JTBC행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1년여 만에 JTBC 뉴스를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 1위(2014년 시사인 조사)에 올려놓은 것도 손 사장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당일 자사 앵커의 부적절한 인터뷰가 논란이 되자 즉각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그였다. 주류 언론들이 세월호를 외면할 때 200일 넘게 팽목항을 지키며 진실의 파수꾼을 자처해 온 진정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JTBC는 올해 초 한국기자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 30여 년 동안 신뢰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흠 잡을 데 없는 커리어를 쌓아온 손석희 사장이 위기를 맞았다. 경향신문이 16일 전문 공개를 예고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인터뷰 녹음파일을 하루 전 ‘뉴스룸’을 통해 공개하면서 빚어진 논란 때문이다. JTBC는 경향이 검찰에 녹음파일을 제출하는 과정에 자진 참여한 디지털포렌식(증거보전) 전문가 김인성씨를 통해 녹음파일을 ‘빼냈다’. 그리고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과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강행했다. 이유는 ‘시민의 알권리’였다.


경향신문은 ‘언론윤리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언론법 전문가인 심석태 SBS 뉴미디어부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남이 취재한 녹음파일을 제3자를 통해서 입수한 뒤 당사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강행하는 것은 절도행위”라고 비판했다. 


‘방송의 속성 상 이해할 만하다’며 JTBC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비판 쪽으로 기울었다. 이를 의식한 듯 손 사장은 16일 ‘뉴스룸’ 방송 말미에 ‘보도책임자’로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손 사장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녹음파일 입수 및 보도 경위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녹음파일을 가능하면 편집 없이 진술의 흐름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며 “진실 찾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명분’을 앞세웠다. ‘왜 굳이 경쟁하듯 보도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만으로 양해되지 않는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무리한 속보 경쟁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17일 사설을 통해 “무분별한 속보 경쟁이거나 특종을 가로채기 위한 무리수일 뿐”이라고 일갈했고,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지나친 시청률 경쟁 때문에 생긴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성 전 회장 인터뷰가 방송된 지난 15일 ‘뉴스룸’ 2부 시청률은 올 들어 최고를 기록했다.


손 사장은 “나름대로의 진정성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향이 애써 취재한 결과물을 한 발 앞서 보도하며 ‘알권리’와 ‘진실 찾기’를 내세운 그에게서 ‘진정성’을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게 언론계의 시각이다.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취재 윤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JTBC가 빛났던 것은 끊임없이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을 지켜온 성실함과 진정성 때문이었다. 참사의 아픔을 “경쟁하듯 보도”하는 “언론의 속성”으로부터 JTBC는 자유롭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손석희 사장과 JTBC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뉴스룸’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남들보다 빠른 뉴스가 아니라 믿고 볼 수 있는 공익적 보도다. 공익성에는 취재의 윤리성까지 당연히 포함된다”며 “JTBC는 공익성과 신뢰성 모두 놓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