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 7일 끝났다. 청문회에선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검사였던 박상옥 후보자가 사건 축소·은폐에 직접 관여했느냐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건 당시 고문에 가담했거나 수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이 주요 ‘증인’으로 등장했는데, 이를 두고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지면을 통해 설전을 벌였다.
조선은 ‘친야 성향’인 한겨레가 박상옥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박종철 고문 경찰관을 인터뷰해 야당에 지원 사격을 했다고 주장했고, 한겨레는 “박 후보자를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게 왜 곧바로 ‘야당 지원 사격용’이라는 거냐”고 반박하며 조선이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대신 변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먼저 ‘선방’을 날린 것은 조선일보다. 조선은 지난 9일 <15분짜리 코미디 ‘고문경찰관 신문 작전’>이란 제목의 기자수첩에서 한겨레를 ‘친야 매체’로 지칭하며 야당과 한겨레가 박상옥 후보자 낙마를 위해 ‘공동 전선’을 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고문 경찰관들을 앞세워 그들의 죄과를 파헤친 검찰을 단죄하겠다고 나선 것은 야당뿐만이 아니었다. 박 후보자 임명 동의에 결사반대해 온 친야(親野) 성향 신문은 이달 초 또 다른 고문 경찰관인 강진규를 단독 인터뷰했다”며 한겨레 보도를 인용했다.
한겨레는 지난 1일 ‘박종철 고문’에 가담했던 전직 경찰관 강모 씨를 단독 인터뷰했다. 강 씨는 인터뷰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등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사가 (범인이 2명뿐이라는) 우리 말만 믿고 수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검사들이) 제대로 수사하려고 했다면 이(박종철씨 조사 주무자)를 확인하는 것은 수사의 기초, ABC”라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그런데 조선은 이 인터뷰를 두고 “고문 경찰관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야당에 사전(事前) 지원 사격을 하겠다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틀간에 걸쳐 6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는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기자가 어떻게든 박 후보자의 흠을 드러내 보려는 질문 공세를 폈지만 강은 ‘맥 빠지는’ 답변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과 친야 매체는 박상옥 후보자를 ‘박종철 사건’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낙마시키려 했다. 그런 억지 주장에 집착하다 보니 ‘박종철 사건’의 주범들을 내세워 박 후보자를 심판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發想)까지 한 것”이라며 “그들이 공동 전선을 편 ‘고문 경찰관 증인 신문 작전’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못 챙긴 씁쓸한 코미디로 매듭지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10일 <박상옥 ‘검증 보도’를 왜곡하는 ‘억측 언론’>이란 제목의 기자 칼럼에서 “박 후보자의 축소·은폐 동조 의혹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둘로 나눠진 상황에서, 당시 ‘검사 박상옥’의 조사를 받았던 고문 경찰은 박 후보자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최고의 취재원”이라고 설명하며 “박 후보자를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게 왜 곧바로 ‘야당 지원 사격용’이라는 것인지” 반문했다.
한겨레는 “이 신문에선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 박종철씨의 희생은 보이지 않고, 그저 여야간 셈법과 유불리의 문제만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라며 “중요한 인물의 인터뷰 발언 그대로를, 그의 혼란스런 기억이나 망설이는 심리까지 가감 없이 독자에게 전하는 것이 저널리즘 관점에서 무슨 문제라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겨레는 1987년 1월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를 언급한 뒤 ”당시 조선일보가 권력에 맞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28년 전에도 별 역할이 없었던 조선일보에서는 이번에도 ‘문제의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신문이 박 후보자에 대한 검증 취재를 얼마나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사와 칼럼을 통해서는 ‘하자가 없으니 청문회나 빨리 열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야말로 그동안 자신들 입맛에 맞는 누군가를 ‘사전 지원’하기 위해 기사를 써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신문이 박 후보자가 지명되기 무섭게 검증은커녕 ‘변론’에 나선 것은 왜일까? 그 속내가 자못 궁금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