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법원에서 2012년 MBC 파업은 정당하고 해고는 무효라고, 기자ㆍPD들 부당전보하지 말라고, 해고자들을 근로자 복직시키라고 했지만 회사는 단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판결이 휴지조각이 돼도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은 이들은 죽어도 남아있는 동료들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MBC가 최소한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8일 서울고등법원 308호 법정. MBC가 2012년 파업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노조 측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해고, 정직, 부당전보, 가압류 등 파업과 관련해 맡은 소송만 40여건이다. 이중 2~3건을 제외하고 모두 승소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며 “진실 보도를 하고자 하는 기자, PD들을 내쫓고 아이템을 검열하는 것이 근로조건 침해가 아니라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선고는 오는 6월 12일 오후 2시에 선고될 예정이다.
노조 측은 2012년 파업의 발화점이 된 한미FTA 불공정 보도가 진실을 가를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회사 측이 법원에 제출한 2011년 11~12월 지상파 3사의 한미FTA 보도 비교 자료에 의도적인 누락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3사가 비슷한 양의 보도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KBS의 헤드라인에 있는 뉴스가 누락됐고 같은 날짜에 똑같은 뉴스를 두고 MBC는 포함시킨 반면 KBS는 빠져있다”며 “2010~2012년 시청자들에게 행했던 일을 지금도 법원에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MBC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2011년 11월 24일 경찰이 한미FTA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영하의 추운 날씨에 물대포를 쏜 사실이 논란이 됐지만, 타사와 달리 MBC는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다. 당시 아침뉴스에서는 방송이 됐고 아침뉴스 앵커였던 박성호 기자회장(현 해직기자)이 뉴스데스크에 보도하지 않은 이유를 보도국장과 사회부장에게 물었고 당시 박용찬(현 뉴스데스크 앵커) 사회부장은 “선진국에서는 다 그렇다.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고 밝혔다.

2010년 PD수첩 ‘4대강’편 불방, ‘후플러스’ ‘김혜수의W’ 등 시사교양프로그램 폐지, 2011년 최승호 PD 등 PD수첩 6명의 PD 일방전보, 시사교양PD 드라마세트장 강제전보 등 잇따른 내부검열과 솎아내기는 계속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는 2011년 11~12월 공정방송협의회를 거듭 요청하고 인사 쇄신을 촉구했지만 김재철 전 사장은 거부했다. 신 변호사는 “김재철 사장이 당시 공방협에 한번만이라도 나왔다면 파업은 없었을 것”이라며 “노사가 정한 단협에 따라 책임자가 나와야 하지만 불공정 보도와 인사 논란에도 두 달 동안 답하지 않았고, 파업 이후에는 오히려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MBC 측 박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견해 차이’라며 이를 반박했다. 권력에 대한 비판 보도는 하지 않고 멧돼지, 대왕오징어 등 과도한 동물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는 지적에는 “저는 개인적으로 대왕오징어 뉴스를 보고 싶다. 우리 사회는 너무 정치 과잉이다. 뉴스의 가치는 보는 시각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가치가 다르면 부장이 보도지침을 내리는 것인가. 압박, 탄압이 아니라 견해차이다. 의견 차에 대해서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절차 시스템을 두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또 방송의 공정성이 아닌 사장 퇴진을 위한 정치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은 깊은 불신의 색안경에서 비롯됐다”며 “개인의 정치적 철학을 갖고 특정정당을 선호할 수는 있지만 공영방송 제작에 있어 법이 정한 공정성과 객관성 규제를 지켜야 한다. 말단 직원부터 사장까지 매한가지다. 자신의 생각은 절대 옳고 다른 생각은 모두 불의라는 소신은 미덕이 아니라 오만이자 해악”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은 법률의 문언과 무게에 반하는 해석이다. 노조는 노동쟁의의 권리가 있지만 그 목적과 방법, 절차에서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2012년 파업의 목적은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회복이었다. 왜 기자, PD들이 난독증에 우울증을 겪을 지경까지 됐는가. 불공정한 개입 없이 공정한 방송과 제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근로조건”이라며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20여명의 현 경영진뿐이다. 원고 항소를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의 재산인 MBC를 20여명의 마음대로 방송을 해도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MBC는 2012년 170일 파업과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를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형사소송과 19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민사)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월 공정방송 요구는 근로조건 개선에 해당해 파업의 목적이 정당했다며 손배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취재, 제작, 편성에 관여하는 기자와 PD 등 방송 종사자들도 방송 자유의 주체”라며 “노조가 방송 사업자에 대해 공정방송 의무 침해(위법)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조건 개선 목적에 해당하며 새로운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업무방해혐의 소송도 지난해 5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오는 21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