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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의 말 "있는 그대로 보도해주세요"

세월호 근형아빠가 말한 언론

강아영 기자  2015.04.08 14: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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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삭발하기 전에는 세월호의 ‘세’자도 안 나왔어요.” 근형아빠는 불퉁하게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와 다음 뉴스를 매일 넘겨봤지만 세월호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녹내장으로 수술한 왼쪽 눈이 문제인가 싶어 눈 가까이 대고 기사를 찾았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주 연이어 세월호 이슈가 터졌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과 배·보상안, 선체 인양, 세월호 희생자 가구 긴급지원 등 뉴스가 흘러넘친 것이다. 처음에는 다시 쏟아진 관심에 기뻤다. 그러나 이내 의심이 들었고 그 의심은 분노로 바뀌었다. 정부의 말을 그대로 받아쓴 언론 때문이었다. 


“배·보상액이 7억~8억원이라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내보내면 국민들은 그걸 믿습니다. 우리는 그 금액을 제시한 적도 없고 원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게다가 유가족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진실규명인데 보상금액이 먼저 나와 버리면 우리가 싸울 때 국민들은 그저 ‘보상액을 더 받으려고 저러는구나’하고 인식하게 돼 버립니다. 기자들이 정부 발표를 그대로 보도해서는 안 되는데 참 답답합니다.”


근형아빠의 언론에 대한 불신은 뿌리가 깊다. 1년 전 세월호 참사가 터진 날, 오후 11시가 돼서야 상황을 안 근형아빠가 부리나케 달려간 단원고에는 이미 기자들이 새까맣게 있었다. 생전 카메라를 그렇게 많이 본 것도 처음이었다. 차를 타고 내려간 진도 팽목항은 더 대단했다. 방송차량은 물론이고 1억원을 호가하는 첨단 방송 장비들이 즐비했다.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안산에 정말 엄청나게 많았던 기자들, 과연 그 수많은 기자들은 뭐였을까 지금 와서 한 번 생각해보곤 합니다. 사고가 터진 직후에 수많은 가족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16일, 배에서 찍었던 3분짜리 구조장면만 일주일 내내 방송에 나갔죠. 그게 현실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200일 때 세월호 유가족들은 권리를 찾기 위해 큰 싸움을 했다. 그 때도 기자가 만만치 않게 왔지만 그들의 싸움은 단 한 줄로 보도됐다. ‘세월호 유가족 광화문 농성 중.’ 지상파에서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 방송에서만 볼 수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 시복식 때 유민아빠와 만난 모습조차 외면한 한 방송사가 대리기사 폭행 때는 앞장서서 뉴스를 내보내던 모습도 기억했다. “1년 동안 기자들의 변화가 있었냐고요? 그런 게 있을까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근형아빠가 언론에 바라는 건 그저 그대로 보도하는 것뿐이다. 기자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보도해달라고 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라고 했더니 제대로 보도했으면 한다고 했다. 기자들이 나서서 질문하고 정부에 반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아는 정의의 기자는 눈을 밝히고 위선자들을 파헤치고 까발리는 사람입니다. 양심적인 대통령을 만드는 기자, 국민의 알 권리를 수호하는 기자, 그런 기자를 원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밥그릇을 지키려고 하면 안 됩니다. 목을 내놓고 언론 본연이 가진 가치에 충실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