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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멀었는데 세월호 내버리자는 일부 언론

특별법 시행령 문제 놔두고
홍가혜씨 네티즌 고소 초점
정부 보상금 발표 받아쓰기
세월호 유족 목소리도 없어

김고은 기자  2015.04.08 14: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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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은 어떻게 됐나요.” 지난달 9일(현지시간) 로마 교황청에서 한국 주교단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진 첫 질문이었다.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했던 교황은 반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잊지 않고 세월호 사건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 되도록 특별조사위원회는 제대로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선체 인양 여부도 결론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광장에서 ‘진실 규명’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하거나 보도하지 않거나, 여전히 양분된 모습이다. “잊지 않겠다”는 1년 전 약속대로 세월호 사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언론도 많지만, 주류 언론의 관심사는 이미 세월호 사고의 ‘진실’에서 멀찍이 떨어져 나온 듯하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호소는 축소·외면하기 일쑤고 사안에 따라 ‘반짝 관심’만 보이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가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받은 지난달 5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인양 검토’ 발언이 나온 다음날인 7일까지 동아·조선·중앙·한국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 그리고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저녁 메인뉴스의 ‘세월호’ 관련 보도를 모니터했다. 먼저 중앙일보는 3월7일 ‘간추린 단신’으로 세월호특위 공식 활동 돌입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이후 약 한 달 가까이, 동아·조선·중앙일보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이나 특위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 KBS와 MBC 메인뉴스에서도 특위 관련 뉴스는 대부분 단신으로만 취급됐다.

조중동에만 없는 보도
3월23일 세월호 특위 자료가 파견 공무원을 통해 새누리당·정부·청와대·경찰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날 경향과 한겨레는 이를 1면 기사로 다뤘고, 한국일보도 12면에 1단 기사로 처리했다. 경향과 한겨레는 25일자 사설에서도 자료 유출은 특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특위 방해 책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조중동에선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 3사도 모두 이 사건을 외면했다.


3월27일에는 정부가 세월호특위의 정원·조직 등을 규정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조직은 축소됐고, 특위 활동도 정부조사 결과만을 토대로 원인규명 작업을 할 수 있게 해 사실상 특위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겨레는 이날 1면과 10면, 13면 기사 등을 통해 특위 무력화 시도를 비판하는 유가족의 목소리를 집중 보도했다. 28일자 사설에선 “이번 입법예고안은 그동안 특위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해온 정부가 내놓은 특위 발목 잡기의 제도적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3월27일부터 31일까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등에 관한 경향, 한겨레, 한국의 기사와 칼럼은 모두 17건이다. 같은 기간 조중동의 보도는 단 한 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던 세월호가족협의회 회원들과 경찰이 충돌했다는 소식을 전한 31일자 조선일보 12면 2단 기사가 전부였다. 


그렇다면 비슷한 시기, 조중동은 ‘무엇’을 보도했을까. 3월25일 동아일보는 세월호 참사 당시 허위 방송 인터뷰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홍가혜 씨가 자신을 비방하는 댓글을 올린 네티즌 800여명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는 소식을 12면 3단 기사로 보도했다. 다음날엔 홍가혜씨 고소 사건을 계기로 대검찰청이 ‘모욕죄 관련 고소 남발 방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13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같은 날 송평인 논설위원은 칼럼 ‘횡설수설’에서 홍 씨를 향해 “고소 남발은 자제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충고’했다. 동아는 3월27일과 30일에도 홍 씨 측 변호인이 피고소인들에게 합의를 시도하면서 주고받은 발언 등을 12면 머리기사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중앙은 26일자 사설에서 “네티즌과 합의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이 조사를 벌일 것”을 촉구했고, 조선도 27일 관련 소식을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3월26일 홍 씨 사건 관련 뉴스를 연속 3개의 리포트로 내보냈다. 경향, 한겨레, 한국은 홍 씨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불구속 기소된 가토 타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공판 소식도 조·중·동과 지상파 3사만 보도했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4차 공판에서 “박 대통령과 정윤회 씨가 세월호 당일 만났다는 보도는 허위”라고 판단했는데, 조선일보는 이를 31일자 1면 기사로 보도했다. 동아, 중앙과 지상파 3사도 관련 보도를 내보냈으나 경향, 한겨레, 한국은 역시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세월호 진상 규명 여론에 대한 보도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등 50여명이 진상 규명 없는 정부 배상에 반대하고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3일 경향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일제히 눈물의 삭발식 현장을 1면 사진으로 보도했다. 동아와 중앙은 삭발식 사진을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0면에 “인양 전 보상 생각 없다”는 가족협의회 목소리와 함께 삭발식 사진을 실었다. 


지난 4~5일에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며 1박2일 도보행진을 했다. 6일 경향과 한겨레, 한국일보 1면에는 이 사진이 실렸고 조중동에는 없었다. 도보행진과 유가족 등의 목소리는 기사에 간단히 언급됐다. 다만 중앙일보는 정부가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금을 받으면 국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희생자 배상금 다른 목소리
사안에 따라 언론이 다른 관점을 취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의 배상금 지급과 선체 인양 계획에 대한 보도가 대표적인 예다. 단적으로 정부의 세월호 희생자 배·보상금 지급 기준 발표에 대한 지난 2일자 경향과 조선의 보도가 그렇다. 경향은 1면 머리기사에서 “정부가 세월호 문제를 돈으로 덮으려 한다”고 비판한 반면 조선은 배상금 액수에만 초점을 맞춰 1면에 이어 3면 전면을 통으로 보도하는 등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정부의 기습적인 배상금 발표에 반발하는 유가족의 목소리도 조선일보에서 찾을 수 없었다. 


세월호 인양에 대한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나면 여론 등을 수렴해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조중동은 7일 “사실상 인양 쪽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하면서도 기사 제목에 ‘900억’, ‘2000억’ 등의 금액을 못 박고 사설에서도 선체 인양이 매우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작업이란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조선은 세월호 인양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세월호 참사의 수습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만큼 이제 모두 일상으로 되돌아갈 때가 됐다”면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천막을 치우고 진상규명특위의 활동을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경향은 “인양에 비용 문제가 따르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렇다고 계산기 두드려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일보도 6일 세월호 선체 인양에 국민 77.2%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 이래 사회적 갈등의 골이 더욱 깊게 한 ‘세월호 논란’을 하루빨리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