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발표했다. 경향신문은 2일 1면 머리기사에서 “정부가 세월호 문제를 돈으로 덮으려 한다”고 비판한 반면 조선일보는 배상금 액수에만 초점을 맞춰 1면에 이어 3면 전면을 통으로 보도하는 등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2일 1면 상단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에게 1인당 평균 8억2000만원, 교사 11명에게 평균 11억4000만원이 지급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1면에 ‘세월호’ 세 글자가 등장한 것은 지난 3월1일 이후 세 번째였다. 이전 두 차례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대해 법원이 허위라고 판결했다는 지난달 31일자 기사와 같은 달 16일 세월호 트라우마에 짓눌린 해경이 짙은 안개 속에 헬기를 띄웠다가 사고를 냈다는 38자짜리 ‘팔면봉’ 뿐이었다.
세월호진상조사특별위원회(세월호특위)가 정부의 시행령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 되고, 이에 분노한 유족들이 청와대 행진을 시도하고 광화문광장에서 ‘416시간 연속 농성’에 돌입했지만,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한 보도를 싣지 않았다. 또 지난달 23일 세월호 특위 내부 문건이 특위 파견 공무원에 의해 청와대와 경찰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어도 조선일보는 침묵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세월호 유가족 등 100여명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는 소식을 지난달 31일자 사회면 2단 기사로 실었다.
그런 조선일보가 정부의 희생자 배상금 지급 발표가 나오자 2일자 1면 기사에 이어 3면 한 면을 털어 상세한 ‘분석’ 기사를 냈다. 배상금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는지, “세월호 사건의 본래 피해 배상의 주체”인 유병언 일가와 청해진해운에 대한 정부의 구상권 청구는 가능한지, 세월호 사고 이후 모인 국민 성금은 어떻게 쓰일지 등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정부의 기습적인 배상금 발표에 반발하는 유가족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가족들의 반발을 별도 기사로 처리한 동아일보나 “지금 이 시점에 보상금 얘기를 꺼내는 게 맞지 않다”는 4·16 가족협의회 측의 목소리를 기사에 담은 중앙일보와도 차이를 보였다.
같은 사안을 두고 경향신문은 ‘세월호를 ‘돈’으로 덮으려는 정부’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정부가 진상조사나 인양 계획에 대한 언급 없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액부터 서둘러 발표하면서 진상조사 요구를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보도해 조선일보와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경향은 3면 머리기사에서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정부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내놓은 것은 돈이었다.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꾸준히 요구해온 선체 인양 계획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반 년이 다 되도록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정부가 1일 내놓은 배상 계획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관재(官災)가 아니라 단순한 교통사고로 인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실종자 9명이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실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어 “진상규명의 핵심인 선체 인양의 경우 여전히 계획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기술 검토가 이미 끝났음에도 정부가 4·29 재·보궐 선거에 미칠 여파를 의식해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의구심도 나온다”고 전했다.
경향은 또 해양수산부가 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보상 지급기준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1인당 총 수령액을 제시하며 ‘생색’을 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향은 “엄청난 보상을 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국민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은 한 푼도 없는 데다 보상액도 여타 교통사고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배상금은 선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고, 위로지원금은 국민성금으로 마련하는 만큼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투입되는 국민세금은 한 푼도 없는 셈”이라며 “정부가 세월호 도입과 운항·구조 과정에서 제기된 책임은 뒷전으로 하고 재정에서 나가는 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세월호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