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김희영 기자 2015.04.01 15:35:35
디지털 독자들을 향한 언론사들의 구애가 뜨겁다. 뉴스 소비 도구가 종이신문에서 PC로, PC에서 모바일로 바뀌고, 뉴스 소비 경로가 모바일과 SNS 등으로 이동하면서 언론사들은 팟캐스트, 프리젠테이션, 동영상, 카드뉴스 등 각종 콘텐츠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1993~2014년 미디어 이용률 변화 추이는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이용률만이 증가세를 보였다. 모바일 이용률은 2010년 31.3%에서 69.5%로 지속적인 상승세였고,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49.9%로 조사대상 2명 중 1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사대상 19세 이상 5061명, 대인면접조사) 언론사 디지털 관계자들은 “정해진 답은 없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콘텐츠와 플랫폼 등 다양한 개발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팟캐스트, 이동하는 독자를 잡아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SBS 오디오 취재파일 김성준입니다.” 지난해 말까지 SBS ‘8뉴스’ 앵커였던 김성준 기자가 팟캐스트 진행자로 변신했다. SBS는 지난 2월 기자들의 솔직한 취재현장 뒷이야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취재파일’을 오디오와 비디오 영역까지 넓혔다. 글로 읽던 취재파일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SBS 심석태 뉴미디어부장은 “제한된 방송시간을 보완하고 새로운 독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9일에는 김성준 앵커가 투입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SBS는 ‘김성준 앵커를 도와주세요!’란 홍보문구로 20년이 넘는 베테랑 기자이지만 팟캐스트 초보자인 김 기자에게 진행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며 눈길을 끌었다.
김성준 기자는 “팟캐스트 청취자는 지상파 메인뉴스 시청자와 차이가 있다. 주로 출퇴근 시간 등 이동하면서 듣기 때문에 포인트를 짚어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3주 정도 진행해본 결과 기존 팟캐스트를 따라가기보다 뉴스의 본질을 지키며 청취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SBS만은 아니다. 2013년 11월 팟캐스트를 시작한 경향신문을 비롯해 한겨레, 오마이뉴스, CBS 등 언론사들의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 디지털콘텐츠팀도 지난달 6일 ‘디스팩트’를 출시했다. 오마이뉴스 장윤선 정치선임기자의 ‘팟짱’은 언론사 팟캐스트 중 팟빵에서 높은 순위를 자랑하고 있다. 유명 정치인들의 정치 관련 팟캐스트가 득세하는 가운데 지난해 말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 당시 1위에 오르는 등 10위권 내를 오르내리고 있다.
비결은 꾸준한 업데이트다. 장윤선의 팟짱은 매일 그날 새벽에 녹음해 당일 3~5개 꼭지가 업데이트된다. 한주에 순수 다운로드만 50만 여건이며, 전체 조회수는 200만건이 넘는다. 광고도 한회에 2개가 붙는다. 장 기자는 “뉴미디어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고민 속에 소수 인력으로 실험했는데 의외의 성과를 거둬 놀랐다”며 “언론계에선 팟캐스트조차 올드미디어라는 분석이 많아 주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팟캐스트 시장이 유효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사 내부에서는 팟캐스트를 큰 트렌드로 인식하지 못하고 소소한 실험 정도로 평가하는 면이 있다”며 “대개 투자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과감한 시도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팟캐스트는 시니어 기자들의 새로운 활로도 되고 있다. 경향신문 이대근 전 편집국장의 ‘단언컨대’와 이기환 논설위원의 ‘흔적의 역사’, 지난해 10월 선보인 CBS 변상욱 콘텐츠본부장의 ‘스타까토’ 등이다. 변상욱 본부장은 “기존 언론사들의 습성과 관행은 새로운 시대의 청취자나 시청자가 요구하는 문법과 거리가 있다”며 “순위 상승과 차별성이 고민이다. 정통 시사로서의 품격과 알찬 내용, 청취자를 고려한 재미 세 가지 중 어디에 무게를 실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PT뉴스 등 전면에 나선 기자들
기사 뒤에 있던 기자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독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보다 쉬운 뉴스로 모바일 이용자에게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9일 ‘이주연 기자의 PT뉴스’를 처음 선보였다. 복잡한 이슈에 대해 기자가 5분 내외의 프리젠테이션으로 뉴스의 의미와 핵심을 짚어주는 방식이다. 기획취재팀에서 기획으로 다뤘던 MB자원외교 시리즈를 3차례 내보냈고, 최저임금과 관련한 4탄이 방송됐다.
이정환 오마이뉴스 기획취재팀장은 “복잡하고 어려운 뉴스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주연 기자가 드라마 ‘미생’의 PT장면에 착안해 아이디어를 냈다”며 “자원외교 문제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이 많아 일상생활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짚어보고자 했다. 앞으로도 현안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예전엔 언론사 이름으로 뉴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지금은 유통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약화됐다. 기자를 브랜드화 하는 시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포장이 아무리 새로워도 생명력이 오래가려면 충실한 내용과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한겨레TV를 통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시사캐스트를 방송하고 있다. 딴지그룹 총수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유튜브에서 회당 평균 20만 조회수, 팟캐스트에서 회당 40만 건이 다운로드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부터 이어온 ‘한겨레캐스트’를 비롯해 지난해 8월 시작한 정치부 성한용 선임기자와 임석규 기자가 진행하는 ‘정치토크 돌직구’가 있다. 지난달부터는 금태섭 변호사와 디지털콘텐츠팀 2명의 기자들이 뜨거운 감자를 넘어 불타는 현안을 다룬다는 법조예능 ‘불타는 감자’를 진행하고 있다.
카드뉴스ㆍ영상으로 눈을 사로잡다
이미지나 영상을 활용한 콘텐츠는 모바일에서 특히 수요가 높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모바일 환경에서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짧은 시간 내 이슈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10장 내외의 이미지와 간결한 텍스트로 구성된 카드뉴스는 지난해 말부터 SBS를 필두로 경향신문(반짝뉴스), 연합뉴스, 조선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CBS(한컷뉴스), KBS(뉴스픽) 등 각 언론사에서 앞다퉈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에는 ‘카드로 보는 뉴스’라는 제목으로 각 사 카드뉴스를 한데 볼 수 있는 코너도 있다.
1~3분 내외의 짧은 영상 콘텐츠도 증가 추세다. 사건사고 영상을 그대로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해설을 곁들이거나 재가공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SBS는 생생영상과 자막뉴스 등 영상을 한데 묶어 ‘비디오 머그’ 코너를 만들었고, CBS(NocutView), MBC(톡톡뉴스, Today’s 뉴스라떼) 등이 있다.
사진을 이용한 콘텐츠도 다양하다. 경향신문 사진기자들이 찍은 사진을 활용하는 ‘경향이 찍은 오늘’,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타임랩스(Time Lapse)로 찍은 사진을 영상으로 표현한 ‘포토플레이’, 4장 정도의 보도사진을 묶어 넘겨볼 수 있는 SBS ‘슬라이드 포토’ 등이다. 사진이나 이미지 한 장으로 기사 클릭을 유도하는 연합뉴스의 ‘이슈픽’도 있다.
최진주 한국일보 디지털뉴스팀장은 “여태까지 새로운 형식에 대한 실험을 계속 해왔다면, 이제는 다른 부서와의 협업 등 어떻게 이를 활용하느냐가 남았다”며 “예전에는 기사에 글과 사진만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취재기자들도 이제 취재과정부터 ‘이 기사는 카드뉴스 또는 영상을 만들어야 효과적이겠다’는 등 형식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지·영상 콘텐츠는 보조적인 역할일 뿐, 깊이 있는 뉴스 전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심층적인 텍스트가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김종목 경향신문 모바일팀장은 “취재기자들이 애써서 만든 콘텐츠를 모바일과 웹에서 독자들이 좀 더 편하고 효과적으로 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라며 “(이미지나 영상은) 독자들을 위한 부가적인 서비스로 결국 뉴스는 정통적인 텍스트로 승부해야 한다. 특종이나 좋은 기획은 독자들이 찾게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