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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노조 선거 '폭탄 돌리기' 되나

위원장 후보 찾기 힘들어…한겨레도 비대위 전환

김고은 기자  2015.04.01 14: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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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노조들이 차기 집행부를 꾸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원장 후보로 나서는 이가 없어 선거가 연기되는 일은 예사고, 지도부 공백 상태가 한 달 이상 이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노조 기피가 심해질수록 위원장 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겨레노조는 지난달 23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전임 집행부 임기가 같은 달 20일 끝났으나, 차기 위원장 후보를 구하지 못한 까닭이다. 7차례에 걸친 후보자 등록 공고에도 아무도 나서지 않자 박종찬 전 노조 위원장과 최원형 미디어국장은 20일자로 현업에 복귀하고, 유재근 사무국장이 홀로 남아 비대위를 이끌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해에도 노조 집행부를 제때 꾸리지 못해 50일 가까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비단 한겨레만의 문제가 아니다. MBC노조도 지난 1월 차기 위원장 후보를 구하지 못해 선거가 잠정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결국 입사 29년차의 조능희 PD가 장고 끝에 출마를 결심했고,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률로 당선됐다. 비슷한 시기 전국언론노조도 1주일간의 재공고 기간을 거쳐 현 김환균 위원장-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었다. 


경향신문 노조도 앞서 지난해 말 위원장 후보자 미등록으로 선거가 한 달 이상 연기됐다. 급기야 해를 넘긴 선거에서 후보 등록 마감 당일 두 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입사 28년차, 만 53세의 김진호 현 위원장이 당선됐다.


SBS노조 역시 지난해 차기 집행부를 꾸리지 못해 한 달 이상 지도부 공백 상태를 초래했다. 당시 SBS노조는 3월 초부터 차기 위원장 후보자 공고를 냈으나, 3차까지 진행된 공고에도 나서는 이가 없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결국 비대위 후보 추천 소위원회에서 현 채수현 위원장을 후보로 추천, 압도적인 찬성률로 당선됐다. 


한 방송사 노조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과 이후 MBC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징계와 보복성 인사의 일상화가 노조에 대한 공포심과 무력감을 동시에 키운 것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책임감 결여라는 일침도 있다. 한 신문사 전직 노조간부는 “필요할 때는 노조를 찾지만, 평상시에는 노조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하겠지’ 하는 책임 떠넘기기식 사고가 버릇처럼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역피라미드 형태의 언론사 인력 구조가 노조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언론노조, MBC, SBS, 경향신문 등 한 차례 이상 선거 연기를 경험한 곳의 노조 위원장은 모두 50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언론노조 한 관계자는 “언론사들이 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는 사람을 많이 뽑고 2000년대 들어서는 신입사원을 적게 뽑아 실제 40대 초중반의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대상자 자체도 부족하고,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노조 임무를 맡기며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은 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