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의 불법 광고영업을 감시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과 유착해 불법 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종편의 불법영업 정황에 대해 방통위에 진상 조사를 요청했으나 방통위는 오히려 민원인과 민원 내용에 대한 정보를 해당 종편사에 사전 고지하는 등 ‘유착’이 의심된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미국 인터넷신문 ‘선데이저널’은 지난 9일 ‘종편광고계 X파일’을 단독 보도했다. 단독 입수한 MBN 광고국 영업1팀의 업무일지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는 기자들을 광고수주에 동원하거나 광고와 기사를 ‘거래’하는 종편 광고시장의 불법영업 정황들을 자세히 폭로해 충격을 줬다.
이에 언론노조는 다음날 방통위에 선데이저널 보도내용과 관련해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공문 발송에 대해 문의했다. 지난해 종편이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 영업을 시작하면서 방통위는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 등 불법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방송광고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신고 접수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 내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니 진상 조사 요청 공문 접수를 이틀만 늦춰 달라”고 언론노조에 역으로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이것부터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도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6시께, 언론노조는 방통위에 진상 조사 촉구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 해당 종편인 MBN 측에서 언론노조에 전화를 걸어 민원 접수 과정을 상세히 알고 있음을 알려왔다. 언론노조는 “민원 접수 시간대와 과정들, 예정된 사안까지 상세히 알고 있었다”며 “언론노조나 방통위에서 알리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사안이다. 언론노조가 알리지는 않았으니 방통위 쪽에서 얘기했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11일 오전 언론노조는 방통위에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노조는 “민원을 제기할 경우,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이 같은 민원 제기 사실과 누가 민원을 제기했는지 해당 단체의 이름을 알려주는가”라고 물었고,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기간에 알려준다. 민원 업무 처리 지침에 따라서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알려주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근거가 되는 관련 문서를 송부해 주겠다”고 한 이 방통위 관계자는 오후에 다시 언론노조와의 통화에서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알려주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일련의 과정을 보면 방통위와 해당 영업1팀 사이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대화가 오간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며 “이건 국정감사할 때 피감기관에 정보를 알려준 거나 다름없다. 너희가 조사를 받을테니 대책을 숙의해보라고 귀띔해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는 방통위와 해당 종편의 사전 유착 의혹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선데이저널’ 보도로 만천하에 드러난 종편의 불법 광고영업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현행법에 따라 조치 및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안이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일명 미디어렙법 제15조(광고판매대행자 등의 금지행위) 위반이자 동법 제42조(벌칙) 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방통위 조사 의지에 따라 해당 종편에 대한 승인 취소까지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성래 언론노조 대변인은 “공정거래법 제66조 위반에도 해당되며, 광고 직접 영업과 관련해 광고주와 해당 방송사 간에 부적절한 거래의 정황이 포착된 만큼 형법 제357조 배임수재죄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방통위가 이 문제를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성실하게 처리할 것인가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며 “방통위의 대응 방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위 직원의 태도에서 어떻게든 종편에 제재를 가하고 싶어 하지 않는 방통위 내부 분위기가 읽히는 것 같다”면서 “방통위가 이 엄청난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일단 신고센터에 신고가 접수된 만큼 실태 파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전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측 고삼석 방통위원은 선데이저널을 거론하며 “보도된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실조사 등을 통해서 명확한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담당 방통위 국장은 “사실관계 확인 후 실태파악 후 보고하겠다”고 답했고, 최성준 위원장도 “신고센터에 신고가 접수돼서 계획 세워서 그 사항에 대한 실태파악부터 시작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