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YTN 차기 사장 내정자로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이 ‘깜짝 발탁’되면서 외부에서 영입된 언론사 사장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조 내정자는 경영개선을 위해 영입된 것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사내에선 보도 기능 위축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CBS 등 일부 언론사들은 YTN여파가 자사 사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할 정도다.
언론사 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경향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등은 외환위기 이후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외부 수혈’을 택한 것인데 해마다 가파르게 줄어드는 신문 매출을 외부 전문 경영인의 힘을 빌려 헤쳐 나가겠다는 노림수였다.
실제 삼성투자신탁증권 사장 출신 조용상 전 경향신문 사장,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 사장 출신인 채수삼 전 서울신문 사장, 현대백화점 사장 출신인 이병규 현 문화일보 회장 등이 2003~2004년 ‘전문 경영인 영입 열풍’에 불을 지핀 장본인들이다.
이후 권성철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2010년 파이낸셜뉴스 사장, 유병창 포스코ICT 전 사장은 2011년 헤럴드미디어 사장으로 영입된 케이스다.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은 비록 기업인은 아니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을 지낸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2012년부터 서울신문을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 등 외부 기업인 영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문화일보는 이병규 회장이 맡기 직전인 2003년 매출이 514억원(영업이익 -91억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엔 매출을 663억원(영업이익 17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매출로만 경영 성과를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2002년을 정점으로 주요 신문사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눈에 띄는 성과다.
서울신문 이철휘 사장도 회사채 발행이 흥행을 거두면서 연간 20억원가량의 금융비용(은행에 갚아야 할 이자 비용)을 줄인 것을 경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조용상 전 사장이나 채수삼 전 사장은 임기 동안 내부와의 갈등의 골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문제는 내부 인력으로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 인력을 통해 변화를 꾀하지만 소기의 목적인 경영 개선마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최후의 보루인 공적기능마저 퇴보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전문 경영인 등 외부 출신들이 언론에 와서 연착륙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과 전혀 다른 언론문화 때문이라는 게 언론계 안팎의 평가다. 기업은 ‘상명하달’식 조직문화로 경영진의 말 한마디로 조직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비해 언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윤 극대화’가 기업의 절대 가치인 반면 언론사의 경우 소유구조는 민간영역이지만 역할은 공적기능을 하는데서 오는 인식 차도 이들이 언론 조직과 동화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여기에 언론사 사장 자리를 다른 분야로 영전하기 위한 ‘디딤돌’ 정도로 여길 경우 경영이나 편집 모두 퇴보할 수 있다고 언론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한 신문사 중견기자는 “회사 경영 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외부 기업인을 영입하지만 경영개선은 한 사람의 개인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제도, 시스템, 조직역량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가능하다”면서 “외부 출신 사장의 경우 처음엔 편집을 모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다가 나중엔 관여하고 싶은 욕심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 경영인이나 기업인 등 외부인사 영입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신여대 김정섭 교수(미디어영상연기학과)는 “경영난을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감으로 외부 기업인들을 언론사 사장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언론사는 공적역할을 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이들이 쌓아온 인맥이 잘 활용되기 힘든 구조”라며 “편집에 간여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경영과 편집을 철저하게 분리·독립시키는 게 이들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