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년6개월 뒤인 내년 9월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일부 조항을 놓고 과잉입법, 위헌소지 여부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기자 사회에서도 김영란법은 단연 화제다. 기자들이 말하는 김영란법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A: 김영란법 통과로 선배들이 후배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기자들이 많은 혜택을 누렸는데 갈수록 이런저런 제약이 많아진다면서. 기자의 위상이 낮아진 요즘, 그나마 밥이라도 잘 얻어먹고 다녔는데 이젠 그것도 어려울 거라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B: 김영란법 통과되고 취재원과의 약속은 내년 법 시행 전에 빨리빨리 잡자고 농담조로 말한다. 정년퇴직하는 한 선배는 법 시행되기 전에 퇴직해 다행이라고 했다.
C: 최근에 부장이 바뀌었는데 기업체들이 화환을 많이 보냈다. 옆에 있던 기자들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받은 거니 김영란법 처벌 대상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더라. 요즘 그런 농담들이 많다.
A: 이제 출입처 사람들과 술도 함부로 못 마실 거다. 김영란법 통과로 당장 타격을 입는 건 유흥주점이나 고급 한식당 같은 곳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그동안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 기업 임원 등 취재원 등이 접대나 모임으로 애용하던 곳인데 그런 식당은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곳들이니까.
D: 모 언론사에서 김영란법 때문에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할 거라고 가상 기사를 썼던데 그렇게 기록해가며 얻어먹는 기자가 과연 있을까 생각했다. ‘우리가 남이가’ 외치며 대범하게 얻어먹거나 김영란법 눈치를 보며 국밥집만 가는 두 계층으로 나뉠 것 같다. 아니면 카드깡이나 분할계산과 같은 변종수법들이 성행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한다.
E: 출입처와의 관계가 소원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은 출입처와의 관계에 큰 변동이 없겠지만 법 시행 이후 누군가 처벌을 받게 되면 순식간에 행동들이 바뀔 것 같다. 출입처 관계자도, 기자도 서로 만나기를 꺼려하지 않을까.
B: 근데 솔직히 골프를 치는 게 아니면 김영란법이 정한 금액 이상을 접대받기는 힘들 것 같다. 하다못해 출입처 홍보팀만 해도 대여섯 명은 되는데 그 중 한 명한테만 계속 얻어먹는 것도 아니지 않나.
C: 1년 동안 출입처에서 300만원 얻어먹기는 힘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처벌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부담은 될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투명해지기 위해서는 과도기가 분명 필요하고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A: 김영란법이 시행돼야 부패가 줄어들지 않겠나. 사실 명절 때 들어오는 선물세트도 넓은 의미의 접대이고 사회가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려면 개혁이 필요하기는 하다. 심정적으로는 연봉도 많지 않고 인정도 못 받는데 이런 제약까지 생기니 억울하지만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B: 나도 김영란법에 반대 입장은 아니다. 솔직히 선배들 골프접대 좀 안 받았으면 좋겠다.
D: 김영란 법이 시행되더라도 지금의 관행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놓고 당연하다는 듯이 받는 분위기는 좀 사라질 것 같다.
C: 우려스러운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부분이다. 수사기관이 비판 언론을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김영란법을 이용할까 걱정된다. 합법적 사찰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시행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제도적인 장치를 제대로 만들어야 언론 자유가 보장되고 더욱 투명해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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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언론인 Q&A>
김영란법이 통과됐지만 언론인과 관계된 부분에 대한 내용이 불분명해 논란이 있다. 기자협회보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몇 가지 사례를 질의응답으로 엮었다.
Q. 기업 협찬을 받아 해외 취재를 다녀왔다. 법 위반인가?
A. 협찬의 목적, 대가성을 불문하고 기자가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는 것은 법 제8조 위반의 소지가 있다.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거나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 협찬을 받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할 수 있다.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협찬 금액이 1회에 100만원 이하일 경우에도 ‘위반행위와 관련한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Q. 취재를 위해 공직자들과 식사를 했다. 기자와 공직자 모두 처벌 대상인가?
A. 사안에 따라 기자와 공직자 모두 식사를 제공한 주체, 제공받은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기자가 공직자에게 식사 대접을 받은 경우에는 1회 1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법 제8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취재를 위한 목적이었다면 1회 100만원 이하의 경우에도 법 제8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식사 대접을 한 공직자는 사안에 따라 ‘부정청탁’에 해당하여 법 제5조 위반의 여지가 있다.
Q. 설이나 추석 명절 때 출입처에서 집으로 선물을 보냈다. 받으면 처벌 대상인가?
A. 명절 때 답례의 의미에서 이루어지는 선물 수수는 법 제5조 제2항 제7호 ‘그 밖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에 해당할 경우 법 적용 제외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법 제8조 제3항 제2호에서 규정하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 동조 동항 제8호에서 규정하는 ‘그 밖의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통념상 일반적인 의미의 부조의 의미를 초과하는 정도의 선물 제공 등은 법 위배 소지가 있다.
Q. 기업에서 주최하는 미술전시회나 공연 티켓이 취재 요청 차 회사로 왔다. 취재를 위해 티켓으로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는 것도 처벌 대상인가? 취재가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티켓을 이용해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는 것은 처벌 대상인가?
A. 기자가 취재를 위해 제공된 티켓 등으로 공연,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은 법에 저촉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의 경우에는 기자가 취재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목적으로 기업에서 제공된 관람 기회를 유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위법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공연 티켓 등이 1회 관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법 제17조에 부당이득의 환수 조치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