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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취재관행 바로잡는 출발점

언론 포함 바람직 국민 여론
언론계 개혁대상 방증 지적
"취재문화 돌아보자" 목소리

김고은 기자  2015.03.11 13: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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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불신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언론의 뼈아픈 현실을 비춘다. 위헌 논란과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큰 저항 없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은 그만큼 언론계가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3일 JTBC ‘뉴스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법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으로 넓힌 데 대해 응답자의 69.8%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찬반 의견과 별개로 비슷한 문제의식은 김영란법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공직사회와 언론을 투명하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언론인에 대한 사정기관의 ‘합법적인 사찰’을 가능케 함으로써 비판 언론을 옥죄는 언론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위헌 논란이나 법 적용 여부를 떠나 그동안 ‘관행’이란 이름으로 얼룩진 취재문화를 점검하고 투명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사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과잉입법이라는 문제의식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언론계 내부가 자정작용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병든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고질적인 기자사회 병폐를 바로잡을 수 있는 ‘충격 효과’가 되어줄 거란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3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현직 기자 15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인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부정청탁이나 ‘향응 및 접대’의 대상이 되는 기자들이 ‘일부’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이에 따르면 기자들이 수수하는 촌지는 유형별로 무료티켓, 향응이나 접대, 선물, 취재 관련 무료여행, 금전, 취재와 관련 없는 외유성 취재여행으로 다양했는데 무료티켓과 향응이나 접대, 선물을 ‘자주 혹은 매우 자주 수수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절반 이상이었다. 취재 관련 무료여행은 44.6%, 외유성 취재여행은 21.7%, 금전은 18.4% 순이었다. 더군다나 기자들이 생각하는 촌지 수수 빈도도 2009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촌지 수수가 기사의 선택이나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도 전체 응답자의 40.3%에 달했다. 촌지 관행이 필연적으로 기사의 질과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한 경제지의 10년차 기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한창 건설 경기가 좋던 시절, 부동산을 담당했다. 1년에 몇 번이나 기업체를 따라 해외 건설 현장으로 출장을 다녔다. 출장비 전액을 자사에서 부담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출장을 다녀와선 소위 ‘까는’ 기사를 쓸 수도 없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호시절’을 누린 셈이다.”


이처럼 기자의 해외출장에 으레 ‘스폰서’가 따라붙던 관례도 이젠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은 해외출장 시 항공비는 언론사가 부담하더라도 숙박비와 체재비 등은 기업체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취재원이 기자에게 밥과 술을 사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도 금액의 적정성이나 대가성 여부를 떠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자가 취재원에게 밥을 얻어먹는 것은, 영국에서는 심각한 문제”라는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의 일침(팩트올)을 새겨들을 만하다. 한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출입기자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자기들끼리 밥이나 술을 먹고는 와서 계산만 해달라는 일부 몰지각한 기자들의 전화는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