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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논의, 정치적 영향력 배제해야"

언론학회 세미나

김고은 기자  2015.02.26 19: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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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수행을 위한 적정성 검토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표류하는 현행 수신료 제도로는 방송의 자유 보장은 물론 공영방송의 재원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1981년 월 2500원으로 책정된 수신료는 34년째 동결 상태다. KBS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2007년엔 KBS의 공정성에 대한 당시 한나라당의 문제제기로, 2011년엔 ‘도청 파동’ 등이 불거진 탓에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3년 만인 지난해 KBS 이사회는 다시 1500원 인상안을 제출,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만 1년이 다 되도록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또 다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수신료 인상 논의가 헌법상 규정하고 있는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공영방송의 적정한 재원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검토되기보단 정치적 상황이나 정치적 갈등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26일 한국언론학회 주최, KBS 후원으로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공영방송 재정안정화 기대효과’에 관한 세미나에서 “현행 수신료 제도가 수신료 금액을 결정함에 있어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수신료 금액의 인상 시기, 규모 그리고 유효기간 등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고 교수는 따라서 “현행 수신료 제도는 그 실효성은 물론 헌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헌법에 합치되는 수신료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S에선 수신료 인상 논의를 정치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자는 주장을 내놨다. KBS 수신료현실화추진단의 김대식 박사는 프랑스식 수신료 물가 연동제를 제안하며 “수신료 인상을 위한 과도한 행정적 낭비나 여야 정쟁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민수 교수는 이에 대해 “수신료를 물가와 연동할 경우 기술 발전 등 수신료 인상의 새로운 필요성을 반영시킬 수 없게 되고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가 조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일반 예산으로 편입돼서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아쓰는 상황이 되는데 공영방송 기능 보장과 합치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수신료 금액을 산정하는 평가기관의 정치적 독립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교수는 “수신료산정위원회만이라도 최소한 실험적으로 여야 동수로 구성한다거나 특별다수제로 표결하는 방식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지향한다면 정쟁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하고 기타 거버넌스 구조 개혁으로 이어지는 실험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민수 교수도 “수신료산정위원회와 같은 평가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전문가들로 구성돼도 방통위나 국회의 보조 기구로 설립될 때 평가기관의 의견은 단지 권고에 불과할 뿐, 기속력을 갖지 못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또 다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며 “평가기관을 설치함에 있어 구성, 과제, 절차는 물론 독립성 보장에 관한 내용을 법률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에 의한 수신료금액 조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평가기관의 결정을 변경 내지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입법화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영방송 재정안정화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주제로 발제한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미디어 이용 해태 변화와 경쟁매체 등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체계적 위험’ 국면에 들어섰고, 이는 공영방송의 구조적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공영방송 재원구조는 앞으로 더 악화되면 악화됐지 개선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KBS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는 특별이익을 내 ‘장부상 흑자’를 냈지만 영업실적은 역시 적자였다. 이종관 실장은 “부채비율은 계속 올라가고 영업이익이 아닌 특별이익으로 연명하는 구조로는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재정적 안정이 가장 중요한 토대이며 수신료 현실화가 그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81년의 2500원을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160원이다. 공영방송 수신료가 자판기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의 전체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60% 이상은 광고 등 ‘경쟁영역’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채우고 있다.


이 실장은 “전체 재원에서 가변적인 ‘위험재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적 책무 수행도 시장에 따라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며 “1차적으로 공영방송 수신료가 중심이 된 공영방송의 재원구조를 형성토록 하고, 수신료 현실화를 통해 공영방송의 재원안전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