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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에게 언론은 정치인 홍보도구에 불과"

이완구 언론관 비판 목소리

김희영·강아영 기자  2015.02.13 20: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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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투표가 16일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 후보자가 총리 자격이 없다는 여론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 병역 면제 등 잇단 의혹도 풀리지 않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론을 회유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비정상적인 언론관을 드러낸 이 후보자가 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기자협회 역대 회장단은 물론 현직 기자들은 이 후보자의 언론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들은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관련 발언은 있을 수 없는 언론관이며, 취재환경을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과 정치권력의 후진적 병폐가 드러난 사례라고도 했다. 이 후보자와 식사 자리에 함께 했던 기자들의 소속 언론사에서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렸지만, 이 후보자의 비뚤어진 언론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해석에는 이견이 없었다.

 

“지금도 너희 선배들 나랑 형제처럼 산다. (기자들)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되겠어. 통과시켜야지. 당해봐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서 '저 패널부터 막아' 그랬더니 즉시 메모 넣어 빼더라

“(기사) 올려봐그럼 나는 데스크로 전화하는 거지 뭐

 

40대 한국기자협회장을 지낸 정일용 연합뉴스 기자는 이완구 후보자가 기자를 완구로 갖고 놀고 있다언론 본연의 기능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언론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고문은 식사 자리에 앉아있던 기자들은 이 후보자의 말을 들었을 때 왜 화를 안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이 후보자가 종편에 전화를 걸어 패널을 빼라고 하기도 했다는데 그 언론사는 전말을 소상히 밝히고 책임질 건 책임져야 한다. 이미 언론은 창피를 당할 대로 당했다고 지적했다.

 

32~33대 한국기자협회장을 지낸 김주언 KBS 이사도 “이 후보자는 독재정권 시대의 언론관을 갖고 있다. 경찰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기자들을 휘하에 두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 가며 관계를 맺었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하다면서 언론을 환경감시, 권력 비판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권을 홍보하는 도구, 유착관계를 통해 정치인을 홍보하는 도구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한 방송사 국장급 A기자는 이 사건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소위 유력 정치인과 기자들 간의 유착관계, ‘사적 후견주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핵심이라면서 기자 인사에 개입하고 기사를 빼라고 하는 등 일종의 사적 고리를 가지고 발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특징은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압도하는 문화이고, 이런 것들이 음성적 언론통제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사 자리에 있던 기자들, ‘언론 압박발언 왜 보도하지 않았나

 

이완구 후보자가 논란이 된 발언을 한 자리에는 경향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기자가 동석했다. 그러나 데스크를 거치는 과정에서 해당 발언은 기사화 되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10일자 1면 사고를 통해 “기사화 여부를 검토했지만 비공식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었다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했다”고 했다. 한국일보 기자는 이 녹취록을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건넸고, 이는 결국 KBS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42대 한국기자협회장을 지낸 우장균 YTN 기자는 언론이 침묵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일이라며 야당에 (녹취록이) 넘어간 부분은 유감스럽지만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 일종의 긴급 피난처럼 청문회에 참석하는 야당 의원에게 준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역으로 4사를 포함해 다른 상식 있는 언론사가 보도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38~39대 한국기자협회장을 역임한 이상기 아시아엔 발행인은 이완구의 언론관도 문제지만 언론이 사안을 다루는 방식이 정말 어설프다. 언론의 기본이 많이 부족해졌다면서 그런 자리였으면 언론사에서 보도가치가 충분히 있는 거라고 판단했어야 한다. 개별 언론사가 요즘 기자들에게 그런 훈련들을 시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녹취 문제와 관련해서도 공인과의 식사 자리는 공적인 자리라며 취재원에게 일일이 녹음한다고 얘기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녹음은 기자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언론사 정치부 B기자는 기사 생산 매커니즘을 안다면 정언유착이나 압력 때문에 보도를 안 했다기보다는 그런 대화가 이뤄진 공간의 성격 때문에 기사화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비판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젊은 기자를 보고 자기 과시나 불안감이 과잉된 발언으로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 논설위원은 이 후보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것은 당연하다. 고위 공직자와 일선 기자의 관계에서 자신이 위에 있다는 의식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으로 언론의 취재환경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면서도 “(기사화 여부는) 편집의 고유 권한이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기자는 유력 정치인이자 총리 후보자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언론 통제와 개입을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는데 그게 아무리 식사 자리이지만 (보도하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종합일간지 간부는 취재방법에는 녹취, 녹화 등 여러 가지가 있고 보도가치가 있다면 당연히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언 고문도 무조건 취재윤리라는 이름으로 제약하는 것은 물타기라며 사석에서의 발언은 보도하지 않는 관행이 그대로 이어졌다. 사석이기는 하지만 공인, 총리 후보자로서 검증 잣대를 들이밀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