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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총량제, 이해관계 따라 '동상이몽'

방송법 개정안 공청회

김고은 기자  2015.02.13 18: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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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에서 맹수들이 먹거리를 놓고 투쟁하는 느낌이었다.”


13일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를 지켜본 한 시민 방청객의 ‘총평’이다. 방송광고 제도 개선안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이날 공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신문업계와 종편 및 유료방송 업계, 지상파 방송 사업자, 광고업계와 시민단체를 각각 대표해 나온 9명의 공술인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광고 제도 개선안의 효과에 대한 저마다의 추정치를 근거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한 치의 양보 없이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관련기사 신문협회 “광고총량제를 왜 방통위가 결정하나”)


방통위가 지난 2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가상광고 및 간접광고 규제 완화와 협찬고지 품목 및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방통위는 이 같은 방송광고 제도 개선을 통해 방송광고 매출액이 증가하고, 이를 토대로 경쟁력 있는 방송콘텐츠가 제작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누구에게도 전적으로 환영받지 못했다. 방송광고 규제 완화라는 기본적인 취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로 인한 이해득실의 크기에 따라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단 신문 업계와 종편 업계는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 광고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다른 매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1000~3000억원 정도가 지상파 방송으로 옮겨갈 것으로 추정된다”며 “광고총량제는 지상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간신문, 유료방송, 잡지 등 국내 미디어 산업 전체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사변’”이라고 주장했다. 허승호 사무총장은 전체 미디어 산업에 영향을 미칠 방송광고 정책을 방통위 단독으로 추진하고 공청회를 개최한 것에 불만을 제기하며 공청회 시작 20여분 만에 퇴장했다.


종편을 대표해서 나온 고종원 TV조선 상무(경영기획본부장)도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새로운 광고시장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TV 등 타 방송매체의 광고가 지상파로 수평 이동하는 것에 불과해 미디어 생태계 질서 파괴될 우려가 있다”며 “지상파 광고총량제는 전체 방송광고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상파에 편중된 방송광고시장의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를 대변한 최수경 CJ E&M 방송기획담당국장도 “방송광고 내 지상파의 독과점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에 입법예고된 방송광고 총량제는 지상파 중심의 정책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특혜 ‘수혜자’로 지목된 지상파 방송사 측의 생각은 달랐다. 이호윤 MBC 광고기획부장은 “지상파 방송 광고 편성의 자율성 보장 측면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매우 미흡하다”고 말했다. 매체 간 차등 규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광고량 자체가 실질적으로 늘어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중간광고 허용이 포함되지 않은 게 못마땅한 셈이다. 이 부장은 “방송광고정책은 이제 매체균형발전이 아닌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진 CBS 매체정책부장도 “지상파TV에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를 동시 허용한다면 광고 결합판매 금액이 늘어 중소방송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처럼 지상파광고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지역‧라디오방송사에 대한 최선의 지원책이지만 당장 어렵다면 사정이 어려운 지역‧라디오방송사에게 만이라도 먼저 허용해서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고주 단체에서도 방송광고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 빠진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행봉 한국광고산업협회 전무는 “중간광고를 포함한 광고총량제 실시가 타당하다”며 “방통위 안에는 중간광고가 빠져 광고 혼잡도만 높아져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 전무는 지상파 광고총량제로 지상파 광고 매출이 1000~3000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신문협회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처럼 지상파 광고 판매율이 40~50% 선에서 유지되는 상황에선 광고총량제만으로는 광고비 이동은 거의 없거나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시청자단체들은 방통위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청자’가 소외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통위 안은 그동안 방송의 공적책임과 시청권 보호와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위해 묶여 있던 핵심 규제들을 푸는 것으로 시청권은 가장 먼저 존중해야 할 가치이자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면서 “간접광고 규제 완화와 같이 극단적 콘텐츠 상업화를 불러올 내용 진입 광고확대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도 “광고제도 규제완화가 시청자권익 증진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섣부른 광고규제 완화는 오히려 공공성을 크게 퇴보시킬 수 있다. 신중한 접근 및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방통위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친 후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