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언론 외압 발언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MBC 뉴스데스크는 이 후보자의 발언을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2일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내고 “뜨거운 쟁점이라면서 또 MBC만 안 알려주는 뉴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10~11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완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친분있는 언론사 간부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리고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에 이어 자신이 언론인을 대학 총장으로 만들어줬다거나 김영란법을 통과시켜서 기자들도 검경에 불려가 당해봐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11일 추가로 공개됐지만 뉴스데스크는 10번째로 “외압 분위기 아니었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 후보자가 4명의 기자들과 식사했던 당시 분위기에 대해 “농담과 큰 웃음소리가 오간 분위기였다”는 식당 관계자 인터뷰와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농담을 섞어 한 말”이라는 총리실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야당 측이 추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며 “같이 식사했던 기자들도 해당 발언이 받아넘길 수준이라 외압으로 느끼지 않았는데 보도가 나와 당혹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민실위 보고서는 “이 후보자나 새누리당 청문위원들의 주장이기도 하지만 ‘외압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 기사의 결론”이라며 “이 후보자가 대체 뭘 말했는지, 주된 내용은 빼놓은 채 웃음소리와 분위기가 외압 의혹과 총리 후보자의 언론관, 파문의 실체를 짚는 주된 기준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자 발언 파문이 나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분위기가 어땠는지’ 보도하고 싶었다면 하다못해 음성 파일을 방송에 내거나 최소한 타사 수준으로라도 이 후보자 발언을 보도해 시청자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10일에도 이 후보자 발언 내용보다 취재윤리 문제를 지적했다. ‘녹음파일 공개 취재윤리 위반?’ 리포트에서 “녹음파일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면서 내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리포트에서 앵커는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녹음파일의 실체도 밝혀졌다”며 “이 후보자가 사석에서 한 발언을 언론사 기자가 몰래 녹음을 했고, 또 이 녹음파일을 야당 측에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행위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KBS와 SBS는 메인 뉴스에서 이 후보자가 김영란 법 관련 발언 사실을 부인하거나 자꾸 말을 바꿨다며, 야당이 추가 공개한 녹취 파일의 발언 내용을 보도했다.

민실위 보고서는 “기자가 녹음 파일을 특정 정당에 전달한 문제와 공개 여부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만 기사에 들어있을 뿐”이라며 “‘문제의 녹음파일’이라면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안 알려줬다. 이 후보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시청자가 알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날 조선, 중앙, 동아, 경향, 한겨레 등 주요 조간신문 역시 이 후보자의 답변 번복과 녹취록 속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소개했고, 강력한 톤의 비판 보도를 했다. MBC뉴스데스크에만 이런 내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MBC는 KBS가 6일 ‘뉴스9’에서 이 후보자의 언론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해당 내용을 싣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다음날인 7일 이 후보자의 사과만 두 줄짜리 단신으로 전했다. 해당 리포트는 “이 후보자가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를 막았다고 발언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사과했다”며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쓴 것은 부덕의 소치’라고 국민에게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민실위 보고서는 “총리 후보자가 사과를 했다는데 사과하게 된 발언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의혹 제기를 막았다고 말한 건지,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은 기사 어디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취재 윤리를 지적한 MBC가 자사 이해관계와 관련된 뉴스를 내보낸 것도 비판했다. 2일 치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전날 MBC뉴스데스크는 ‘새누리당, 내일 원내대표 선출’이라는 리포트를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는 “지난 2012년 방송사들의 노조 파업 당시 파업을 지지했던 유승민 의원의 인터뷰를 두고 양측(이주영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신경전도 벌였다”며 “총선과 대선이 있었던 지난 2012년 유 의원은 총선에 앞서 자신의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언론노조와 정식 인터뷰를 갖고 불법파업일 수 있지만 노조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2012년 170일간 진행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실위 보고서는 “납세자의 재산인 지상파로 뉴스를 내보내고 공적 기관의 관리 감독을 받는 공영방송사가 자사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재판에 계류 중인 방송사 파업 문제를 특정 정당 경선과 연계시켰다”며 “특정 후보(유승민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사안을 다뤘고, 이해당사자인 MBC 소속 기자가 경선 후보 기자회견장에서 이른바 유승민 의원의 ‘방송사 노조 파업지지 발언’에 대한 질문을 하고 관련 답변을 해당 리포트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 10일에는 이 후보자의 투기 의혹 해명 관련 뉴스에서 미담을 부각시켰다. 해당 리포트는 “이 후보자는 혈액암 투병 질의 때는 눈시울을 붉히며 인생관의 변화를 언급했다”며 “1년에 1200만원대의 기부내역, 충남지사 시절 장모상 때 태안 기름 유출 현장으로 먼저 달려갔다.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부고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사연 등도 공개됐다”고 밝혔다. 민실위 보고서는 “같은 날 SBS와 KBS 메인뉴스에는 없는 내용이었고, 조선일보 등 조간신문에서는 여당 청문위원들이 듣기 민망할 정도로 이 후보자를 감쌌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