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기적적으로 회생에 성공한 한국일보가 최근 잇단 인사 문제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녹취록 파문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법정관리 공식 종료와 함께 새 경영진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국일보는 최근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언론외압’ 발언을 직접 취재해 녹음까지 하고도 ‘낙종’했다. 한국일보 정치부 데스크와 부장이 “비공식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었다”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한 이 후보자의 발언은 한국일보 기자에 의해 야당 의원실로 넘겨져 결과적으로 KBS에 특종을 안겼다. 녹취록을 확보하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한국일보는 10일자 지면 알림을 통해 “당시 그가 매우 흥분된 상태였고 비공식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위가 무엇이든, 취재 내용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상대방 정당에 제공한 점은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다”고 공식 사과했다.
또한 “당사자 동의 없이 발언 내용을 녹음한 것 또한 부적절했다”면서 “이번 사태가 취재 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조만간 인사위원회 등 내부 절차에 따라 징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그러나 기자가 공인인 이 후보자 발언을 녹음한 사실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으며, 취재윤리 위반보다 한국일보가 총리 후보자의 잘못된 언론관을 확인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것이 더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일보의 한 중견기자는 “중도지라는 한국일보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최근 희망퇴직 실시와 편집국 인사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한국일보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도 주목된다. 한국일보 새 경영진은 법정관리 졸업과 동시에 강행 실시한 희망퇴직과 편집국 ‘부당인사’ 논란으로 기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갈등이 고조되자 사측은 유감을 표명하며 한 발 물러섰다.
결국 예정보다 1주일 이상 늦어진 11일자 인사에서 희망퇴직 대상자 21명 중 이의를 제기한 4명 가운데 3명은 구제하기로 하고, 비편집국 발령으로 논란이 되었던 논설위원은 미래전략실 산하 디지털퍼스트추진단장 겸 편집국 디지털뉴스부 선임기자로 발령하는 ‘중재안’을 냈다. 다만 편집국 모 부장의 경우 예정대로 비편집국 부서인 출판부문으로 전보가 확정됐다. 사측의 조정안이 담긴 이번 인사로 논란이 일단락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여진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승명호 회장과 이종승 사장, 이영성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새 경영진이 혹독한 신고식 무대에 올라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