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로부터 ‘독립’이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미래의 먹을거리인 모바일 분야만큼은 네이버에 내주지 않겠다던 신문업계의 호언은 중앙일보를 끝으로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로써 대부분 언론사가 모바일 분야마저 네이버가 만들어 놓은 ‘가두리 양식장’에 또다시 안주하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만 주저앉을 경우 페이스북 등 SNS가 가져올 ‘파고’에 또다시 휩쓸릴 수밖에 없다고 언론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뉴스 유료화 한계 봉착
메이저, 네이버 모바일 입점
중앙일보가 지난 1일 네이버와 모바일 뉴스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주요 신문사들이 PC에 이어 모바일에도 뉴스를 공급하게 됐다.
앞서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모바일 분야를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다른 언론사와 달리 네이버 모바일엔 기사를 공급하지 않았다.
이들의 공조는 조선이 지난해 9월말 네이버와 모바일 뉴스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와해됐고, 나머지 신문사도 순차적으로 모바일 뉴스공급 계약에 합류했다.
주요 신문사마저 네이버와 모바일 계약을 맺은 것은 모바일 분야에서 독자적인 수익 모델 발굴이 여의치 않아서다.
주요 신문사들이 뉴스 유료화 등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모색해 왔지만, 네이버의 의존도를 낮추기엔 아직까지 역부족이었다.
조선은 2013년 9월 기자 10여명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뉴스부를 꾸리고,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유료화’의 꽃망울을 터트리기도 전에 프리미엄 뉴스부는 올초 디지털뉴스부 등과 합쳐져 ‘디지털뉴스본부’로 재출범했다. 중앙 역시 뉴스 유료화를 지난해 11월 초에 이어 올 초로 연기했지만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적잖은 신문사들이 PDF파일을 통한 초판(가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언론사의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온라인 부분에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트래픽의 유혹’에 또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상황.
문제는 언론사 온라인사업이 네이버로 쏠리면서 네이버에 대한 ‘종속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SK케뮤니케이션 포털 서비스 ‘네이트’는 지난달 말 조선, 중앙, 연합 등에 뉴스 전재료를 인하해 주지 않을 경우 부득이하게 전재계약을 끊을 수밖에 없다고 알려왔다. 단순히 계약을 유리하게 끌기 위한 ‘엄살’이 아닌 네이트의 경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부서 담당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네이버 등을 제외한 나머지 포털이 제공하는 콘텐츠 제공료는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신문사 닷컴이나 온라인 부서는 편집이나 사업 모두 네이버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더 큰 문제는 네이버마저 모바일 시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쏠림현상’이 득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가 지금처럼 지속 성장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흔들릴 경우 언론사 온라인 매출도 언제든지 동반 추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4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는 2011년 15.8%에서 2014년 20.7%로 4.9%포인트 높아졌다. 미국 성인 역시 30%가 페이스북 친구 추천만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독자적인 온라인 수익모델 발굴이 시급하다고 언론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이 때문에 방문자 수를 기준으로 세계 1위 뉴스 서비스인 ‘버즈피드’처럼 SNS에 적합한 뉴스를 생산 혹은 재가공해 SNS 독자들을 보다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메이저신문 관계자는 “신문사의 경우 모바일에 투자할 여력도 없지만 의지는 더욱 더 없다는 게 문제”라며 “모바일 시장은 시장 규모가 관건인데 매체 색깔을 띠는 순간 시장 크기는 반토막 나기 때문에 포털과의 경쟁은 애초부터 꿈꾸기 어려웠고,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신문사들이 브랜드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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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뷰징 부추기는 클러스터링
실시간 키워드 반복 기현상
‘네이버 뉴스 클러스터링’이 기사 어뷰징(동일 뉴스콘텐츠 중복전송)을 오히려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클러스터링(묶음기사)은 특정 키워드와 관련된 뉴스를 자동으로 한 데 묶어 제공하는 서비스로, 제목이나 내용만 조금씩 수정해 반복적으로 올리는 기사 어뷰징 문제를 해결하고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과거 네이버 뉴스편집 정책 변화에 따라 ‘트래픽 반토막’ 쇼크를 경험했던 신문사들은 트래픽 감소를 막기 위해 예전보다 기사 어뷰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언론사들이 트래픽 증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온라인 광고시장이 형성되면서 트래픽이 곧 수익이란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진들이 온라인 부서를 바라보는 잣대 역시 이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트래픽 만능주의’를 낳은 주요 원인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기사 어뷰징을 차단하기 위해 기사가 노출되는 알고리즘을 바꿨지만, 이 원리를 찾기 위한 언론사들의 다양한 기사 어뷰징이 범람하면서 온라인 공간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주요 언론사들이 투데이 키워드, 핫키워드, 주요 키워드, 오늘의 이슈, 시사상식, 핫이슈, 온라인 와글와글, 온라인 핫클릭 등의 이름으로 앞 다투어 네이버 실시간 키워드를 위한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사 바이라인 밑에 핵심 실시간 키워드를 반복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10일 오후 1시쯤 네이버 실시간 키워드 중 하나가 ‘당뇨 환자에 좋은 식품’인데, 온라인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 말미에 ‘당뇨 환자에 좋은 식품’이란 단어를 12번씩이나 반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클러스터링(묶음기사) 상단에 위치하기 위해 보도 자료를 여러 각도로 기사화하는 ‘꼼수’도 동원되고 있다. 10일 네이버 뉴스에는 가수 휘성이 MBC ‘나가수3’에 출연한다는 기사가 ‘저조한 시청률 구세주 되나’, ‘박정현-양파-소찬휘 떨고 있나’, ‘휘성 ‘나가수3’합류’, ‘휘성 나가수3 합류, SES 백댄서 출신?’ 등으로 나누어 보도됐다.
이 같은 움직임이 독자들에게 다양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한 시도라면 쌍수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클러스터링 상단에 노출되기 위한 각 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묶음기사 상단에 위치할 경우 하단에 있는 기사보다 수용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트래픽 증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기사 어뷰징을 생산하고 지시하는 언론사 닷컴이나 관련 부서 역시 이런 기사가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안이 없다”는 패배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온라인 저널리즘을 위한 자정노력은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종이신문 매출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온라인 부문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커지는데 비해 ‘수익 모델’ 발굴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이들 부서가 트래픽에만 기대는 이유다. 결국 기사 어뷰징 문제 해결을 위해선 언론 스스로가 나서든지, 아니면 네이버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데, 두 경우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는 “기사 어뷰징 문제는 네이버나 언론 모두에게 비즈니스와 결부된 사안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선 안된다”며 “공신력 있는 단체가 각 사의 기사 어뷰징 정도를 산출하고 공표할 수 있는 ‘어뷰징 인덱스’를 만들어 정화될 수 있도록 이끄는 한편, 신문사들이 온라인 부문에 선투자할 수 있도록 윤전, 배송 등 공동 인프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클러스터링을 도입한 이유는 이용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고 기사 어뷰징 방지는 부수적인 사안”이라며 “알고리즘을 계속 개선하고 있고 계약서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다면 거기에 준해 제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