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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선 들을 수 없는 '이완구 목소리'

김고은  2015.02.11 18: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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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언론인을 회유, 협박하는 발언이 10일 추가로 공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언론외압’ 발언이 담긴 녹취파일을 공개하려다 여당이 반대하자 국회 정론관에서 이 후보자의 육성이 담긴 음성파일을 그대로 공개했다.


지난 6일 KBS 보도에 이어 이날 추가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자신이 언론인들 대학 총장을 만들어줬다고 으스대거나, 김영란법을 통과시켜서 기자들도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해봐야 한다며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10일 다수 언론사에서 주요 뉴스로 다뤘고, 실제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됐다.


그러나 이날 저녁 지상파 방송 3사 뉴스에서 이완구 후보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이미 지난 6일 단독으로 녹취록을 확보한 KBS는 물론, SBS도 이 후보자의 발언을 자막으로만 처리했다. MBC는 아예 그조차도 보도하지 않았다. MBC는 이 후보자의 발언은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한국일보 기자가 녹음한 파일이 야당에 건네진 과정에 대한 ‘취재윤리’만 문제 삼았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언론외압’ 대신 ‘언론윤리’만 따진 새누리당과 같은 논리였다.


이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의 관련 리포트 제목은 ‘녹음파일 공개 취재윤리 위반?’이다. 앵커 멘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런 가운데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녹음파일의 실체도 밝혀졌습니다. 이완구 후보자가 사석에서 한 발언을 언론사 기자가 몰래 녹음을 했고, 또 이 녹음파일을 야당측에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어 MBC는 이 후보자의 발언을 전하는 대신 ‘문제의 녹음파일’이 녹음된 과정과 새정치연합에 넘겨져 KBS가 관련 의혹을 보도한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불법으로 녹음한 파일을 기자가 직접 보도하지 않고 특정 정당에 넘긴 것은 취재윤리 위반이자 정치개입 행위”라는 새누리당의 입장과 “후보자 언론관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라며 언론노조도 이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새정치연합의 입장을 차례로 전하며 전형적인 ‘공방’으로 처리했다.


이어 “녹음파일을 야당에 넘긴 기자의 소속 회사는 녹음은 부적절했고, 파일을 통째로 정당에 제공한 것은 취재 윤리를 크게 어긴 중대 사안이라며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고 한국일보의 입장을 전한 뒤 “녹음파일 공개여부를 놓고 청문회가 파행을 거듭한 가운데, 야당측 위원들은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어 녹음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고 리포트를 끝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이 후보자의 발언 내용은 아예 언급조차 안 한 것이다.


KBS와 SBS는 이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육성은 들을 수 없었다. 이미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는 KBS 역시 마찬가지였다. KBS와 SBS는 이 후보자의 발언을 자막과 기자 리포트로만 처리했다. SBS는 대신 인터넷 뉴스 ‘생생영상’에서 이 후보자의 발언 녹취록 전문과 육성을 공개했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저자세’를 보인 것을 강조한 점 역시 두 방송사가 동일했다. KBS는 앵커 멘트에 이어 기자 리포트 첫 멘트에서도 이 후보자가 “언론 외압 의혹 발언을 여러 차례 사과하며 최대한 몸을 낮췄다”고 보도했다. SBS는 아예 한 꼭지를 따로 떼어내 “병역 기피의혹에 언론외압 발언,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갖가지 의혹에 바짝 엎드려 해명하고 사과하느라 바쁜 총리 후보자의 하루였다”고 전했다.


한편 종합편성채널 JTBC는 이날 저녁 종합뉴스 ‘뉴스룸’에서 이 후보자의 발언을 육성으로 공개하고 녹취파일 공개 이후 발언을 번복하는 듯한 이 후보자의 해명도 함께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