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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후보자에게 조롱당한 언론

"언론인 대학총장 만들어줬다" "김영란법 이제 안막아줘"
추가 공개 녹취록 일파만파
전화 걸어 기사 삭제 압력
녹취록 누락 일부 언론 문제

김고은 기자  2015.02.11 00: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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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의혹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을 회유, 압박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며 ‘언론통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무난한 인사청문회 통과를 예상했던 이 후보자의 잘못된 언론관이 인사 검증단계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인사청문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지난 6일 KBS ‘뉴스9’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자신이 종편사에 압력을 행사해 패널 교체를 지시한 사실을 호기롭게 자랑하고, 언론사 간부들에게 얘기해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10일 국회에서 추가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기자들 앞에서 자신이 언론인들을 대학 총장이나 교수로 만들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40년 된 인연으로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언론인들)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자신이 언론인들을 위해 막아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 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그지?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그지? 욕먹어 가면서”라고 말했다. 이어 “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 내가 이번에 통과시켜버려야겠어”라고 협박성 발언도 했다. 또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젠 안 막아줘.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이거”라며 기자들을 ‘놈들’로 지칭하기도 했다.


기사 삭제 지시는 아예 일상화된 일처럼 말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아니 뭐 (기사) 올려봐… 그럼 나는 데스크로 전화하는 거지 뭐. 그거 아니야 빼, 그럼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 세상사가? 저(기자)만 이상하게 돼 버리는 거지”라고 언론 통제성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이 후보자가 단순히 호기를 부린 것은 아니었다. 이 후보자가 언론에 외압을 행사해 실제로 이행된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KBS ‘뉴스9’에서 타워팰리스 양도소득세 축소 의혹을 제기하자, KBS 보도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넷에서 삭제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KBS는 “다 해명할 테니 먼저 기사를 내려달라”는 이 후보자의 말만 듣고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조선일보도 지난 2일 이완구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단독 기사를 인터넷에 게재했다가 같은 날 오후 삭제했다.


이 후보자의 녹취록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언론의 책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의 언론외압 발언은 지난달 27일 종합일간지 기자 4명이 함께 한 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3명의 기자가 이 후보자의 발언을 녹취했고, 각 사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중 단 한 언론사도 이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결국 그 중 한 명인 한국일보 기자가 야당에 녹취록 파일을 넘김으로써 KBS가 단독 보도를 하게 된 것이다. “좀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해서 도와주소”라는 이 후보자의 당부가 현실화 된 셈이다. 언론노조가 9일 성명에서 “실제로 언론 통제가 떡 주무르듯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KBS가 지난 6일 관련 녹취록을 단독 입수하고도 이를 톱이 아닌 9번째에 단 한 꼭지로 보도한 것 역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지난해 6월 문창극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의 결정적 계기가 된 교회 강연 보도를 톱으로 연속 두 꼭지 보도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KBS 한 기자는 “결정적 하자가 없는 한 청와대에선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태세인데, 그렇다면 이 후보자는 서슬 퍼런 권력 아닌가”라며 “KBS 지배구조가 여권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구조에서 대놓고 척지는 보도를 하기엔 수뇌부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