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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귀 닫는 수준 MB보다 더해"

역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말하는 박 대통령 신년회견
원론적 질문에 원론적 답변
기자들 정보 욕구 해소 못해
1년에 한 차례 회견이 문제

김희영 기자  2015.01.21 14: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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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미흡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대답할지 미리 예상하고 이를 봉쇄하는 질문을 해야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대통령 아니면 못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기자들이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고 추가 질문도 못하니 뻔한 답변이 나온 것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현안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회견 횟수가 너무 적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를 출입한 A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혹평했다. 1년 만에 열린 기자회견, 내용 또한 박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남긴 채 일방통행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 B는 “국민의 투표를 통해 권한을 이임받은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의무가 있다. 여론에 귀를 닫는 수준은 MB보다 더하다”고 했다. 


질문자와 질문 분야를 청와대에 사전 전달하고 후속 질문이 없는 회견방식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출입기자 C는 “그때도 대략적인 질문지를 청와대에 넘겼지만 그대로 하진 않았다. 추가로 물고 늘어져야 할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 게 있었다. 박 대통령 답변은 너무 원론적 수준에 그치더라. 기자들 질문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 회견의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기자회견을 상시화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진들이 기자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대 대통령은 취임 1년차에 김영삼 3회, 김대중 8회, 노무현 11회, 이명박 4회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동을 기자들에게 상시 개방했다. 기자들은 비서실장, 수석 등 실세들을 매일 만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들어 오전 11~12시, 오후 4~5시 하루 두 차례만 비서동 출입을 허용했지만 “부지런한 기자들은 4시에 들어가 2~3시간씩 있었다. 비교적 정보접근이 자유로운 환경이었다”(C기자)는 전언이다. 


변화를 보인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다. 언론과 가장 잘 소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노 전 대통령은 기자실 통폐합 등으로 언론과 극도의 긴장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는 비서동 출입을 전면 봉쇄하고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불쑥불쑥 기자들을 찾아오곤 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 브리핑을 했다. 보수언론과의 갈등 때문에 언론과 부딪히기도 했지만 청와대만 놓고 본다면 공개적 방식으로 정보가 유통됐다.”(노무현 정권 청와대 출입기자 D)


D기자는 현 청와대 출입기자의 열악한 취재환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의중을 취재할 수 있는 일상적 취재원은 대변인이다. 노 대통령의 윤태영·천호선·김만수 대변인, 이 대통령의 이동관 대변인은 선거 캠페인 때부터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철학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경욱 대변인은 대통령의 실제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핵심 참모라고 보기 힘들다. 취재기자들의 정보욕구를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미명 하에 언론장악의 서막을 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 대통령만큼 혹평을 받지는 않았다. “MB정권은 자신에게 유리한 매체의 기자만 골라서 취재에 응했다. 대놓고 기자의 전화를 가려 받았다. 그런데 이번 청와대 참모들은 전화를 아예 안 받는다.”(이명박 정권 청와대 출입기자 E)


MB정권에서 청와대를 출입했던 또 다른 기자는 “현재 청와대 참모들은 공무원이나 학자들이 많다. 언론의 긍정적 부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은 보안만을 강조한다”며 “기자들이 국정의 큰 흐름을 머리에 담고 있어야 어떤 사안이 발생해도 그 맥락을 짚을 수 있는데, 지금은 이런 게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기자는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또 일 년 후에야 열릴 것이고 그동안 질문은 켜켜이 쌓일 것”이라며 “회견을 자주 가지면 달라지는 모습이 보일 텐데 지금 이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허망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