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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언론은 존재하는가

[한국기자협회장 2015년 신년사] 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

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  2014.12.31 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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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전국 1만여 한국기자협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을미년(乙未年) 청양(靑羊)의 해가 밝았습니다. 온순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양처럼 올해는 ‘이해와 배려’, ‘소통과 화합’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끌어안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돌이켜보면 청마(靑馬)의 ‘푸른 희망’을 꿈꿨던 지난 한 해는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슬프고 아팠던 시간의 더미였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아들딸들을 가슴 속에 묻어야만 했던 우리 이웃의 눈물을 그 무엇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세월호는 우리의 슬픔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부끄러움입니다. 언론도 소중한 것을 상실했습니다. 잃어버려서는 안될 것을 잃었습니다. 바로 국민의 신뢰입니다. 국민들의 눈에 기자는 ‘기레기’로 비쳐졌습니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위키백과사전에 등재됐고, 이제는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조롱거리의 보통명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부응하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생생한 역사의 기록자이자 소통의 매개자로서 투철한 소명의식과 남다른 자긍심을 가졌던 우리 기자들이 왜 이렇게 손가락질을 받게 됐을까요.


사실 그동안 언론을 향해 수많은 빨간 경고등이 켜져 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권력과 자본을 제대로 감시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고,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라는 국민의 명령 말입니다.


결국 반성과 실천 없는 저널리즘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던 것입니다. 새삼스럽지만 우리는 지금 일그러진 자화상을 끌어 내리고 저널리즘 복원에 나서야 합니다. ‘누구를 위하여 언론은 존재하는가’를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합니다.


국민과 네티즌, 독자와 시청자가 없는 언론이라면 그것은 언론이 아닙니다. 더욱이 국민적 신뢰는커녕 조롱과 비난을 받는 언론이라면 더 이상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권력은 언론이 감시하지만 언론은 국민이 감시하기 때문입니다. 기자를 천직(天職)으로 알고 있는 우리들은 각자의 소속된 직장에서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매의 눈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약자를 보듬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초심과 양심을 회복해야 합니다. 인터넷과 SNS 시대, 모두가 기자인 세상에서 언론인들의 잘못과 실수는 마치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여과없이 전부가 드러납니다.


때문에 일반 직장인과는 구별되는 전문성과 책임감, 그리고 공인(公人)다운 저널리즘 윤리를 갖춰야 합니다. 2015년 청양(靑羊)의 해에 다시 한 번 멋진 기자답게 출발의 다짐을 해봅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바탕에 선배 언론인들의 헌신과 의지, 꿈과 열정이 자리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기자협회는 무너진 저널리즘을 복원하고 기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드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회원 여러분들의 소중한 꿈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5년 1월 1일
한국기자협회 회장 박종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