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무능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드러냈다. 집단 오보, 속보 경쟁,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 등으로 언론은 불신과 분노를 마주했다. ‘기레기’라는 참담한 대명사를 남긴 ‘세월호 침몰사고 오보로 인한 언론 불신’이 기자협회보 선정 미디어 10대 뉴스 1위에 올랐다. 2위는 ‘NYT 혁신보고서와 디지털퍼스트 바람’, 3위는 ‘종편 출범 3년과 손석희 체제 JTBC의 선전’이 차지했다. ‘2014년 언론계 10대 뉴스’는 기자협회보 기자들이 각 10개씩 추천하고 기자협회보 편집위원들의 투표로 선정됐다. 언론단체 재난보도준칙 선포, 기사 어뷰징, 700MHz 주파수 논쟁 등은 10위 밖으로 밀렸다.
세월호 침몰사고 오보로 인한 언론 불신
4월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세월호 승객 전원구조’를 속보로 냈다. 그러나 이는 오보였다. 이 오보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에 구조 활동을 지연시키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언론의 잘못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JTBC는 뉴스특보에서 생존 학생과 인터뷰를 하면서 친구의 사망소식을 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MBC는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을 소개하는 보도를 내보내 지탄을 받았다. 이외에도 반인권적 보도는 끊이지 않았다. 이에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 5단체는 지난 9월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했다. 이는 언론의 죄책감과 무력감이 녹아 있는 반성문이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NYT 혁신보고서와 디지털퍼스트 바람
올해 신문 업계 최대의 화두는 ‘디지털 퍼스트’였다. 뉴욕타임스 ‘스노우폴’의 영향을 받은 디지털스토리텔링 콘텐츠와 같이 다양한 디지털 뉴스 형식을 실험하던 와중에 지난 5월 공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는 국내 언론계에도 상당한 충격파를 미쳤다. 미국 제일의 신문사마저도 디지털 혁신이란 과제 앞에서 쩔쩔 매고 있다는 자기고백에 국내 신문사들의 움직임이 덩달아 분주해졌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가 뉴스 유입의 주경로로 급부상함에 따라 언론사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카드뉴스, 사진으로 만든 동영상 같은 다양한 디지털 전용 콘텐츠들도 등장했다.
종편 출범 3년과 손석희 체제 JTBC 선전
지난 12월1일 출범 3년을 맞이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은 올해 시청률과 영향력 등을 확대한 한 해였다. 실제 MBN의 경우 지난 6월 평균 시청률은 2.096%(전국 유료방송 가입 가구·오전 6시~새벽 1시 기준)를 기록했다. 1995년 케이블TV 출범 이후 tvN 등 200여개 케이블채널 중 처음 밟아본 시청률이다. 특히 JTBC는 ‘세월호 사태’ 등을 거치면서 인지도가 상승했다.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겸 앵커는 세월호 국면에서 진도 팽목항을 직접 찾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반면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의 높은 비중과 선정성 문제는 앞으로 종편이 풀어야 할 과제다. (사진=뉴시스)
‘6년의 아픔’ 외면한 YTN 대법원 판결
사법부의 상식적인 판단은 ‘반쪽’에 그쳤다. YTN 해직사태 6년 만에 우장균, 권석재, 정유신 기자가 지난 1일 복직했다.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는 돌아가지 못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YTN해직기자 6명이 낸 해고무효소송에서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언론인의 ‘공정보도’ 책무를 인정하면서도 회사 경영권의 손을 들어줬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사법부가 해직언론인들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언론자유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사법부 판결과 관계없이 YTN 구성원들은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회사가 재도약하기 위해 내부 힘으로 ‘전원 복직’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BS 사태와 길환영 사장 퇴진
슬픈 어버이날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댄 KBS 보도국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유가족들은 그날 저녁 카네이션 대신 자식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유족들의 분노 어린 외침을 밤새 외면하던 길환영 사장은 다음날 유족들이 청와대 앞으로 향하자 그제야 나타나 고개를 숙였다. 같은 시각 김시곤 보도국장은 ‘사사건건’ 이뤄졌던 보도개입의 전말을 폭로했다.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됐고, 결국 길환영 사장은 해임됐다. 그러나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양대 노조가 ‘부적격자’로 꼽았던 조대현 사장이 취임하고, ‘공정방송의 제도적 보장’ 요구는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토록 멀고 힘들다. (사진=뉴시스)
세계일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보도 파문
세계일보는 11월28일 청와대가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을 보도했다. 파장은 엄청났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비서실 3인방’과 정씨는 세계일보 발행인을 비롯해 기자 등 6명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어 세계일보 압수수색설까지 퍼지면서 세계일보 사옥에는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겠습니다’는 현수막까지 걸렸다. 그리고 지난 13일, 문건 유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 모 경위가 자살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 달라”는 당부의 말이 남겨져 있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에 담긴 내용이 사실상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MBC 교양제작국 폐지·부당인사 논란
2014년 MBC에 ‘김재철’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 2월 안광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권재홍 부사장 등 2012년 MBC 파업 당시 ‘김재철 사람들’은 모두 영전됐다. 반면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 PD 등은 여전히 인사 불이익을 받고 있다. 기자들을 경인지사와 미래방송연구실 등 비제작부서로 전보 조치했고 정직 등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 10월 말에는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사업 위주의 조직 개편을 단행해 ‘공공성’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학수 PD 등 교양제작국 소속 시사교양PD들과 파업 이후 보도국 밖을 떠돌던 기자들을 현업과 무관한 사업부서로 내쫓고 교육발령을 내며 ‘찍어내기’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줄소송 “언론자유 위축”
청와대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입막음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언론사에 쏟아 부은 ‘소송 폭탄’만 지금까지 민·형사 포함 13건. 지난해 국민일보를 시작으로 한겨레, CBS, 시사인, 시사저널,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소장을 받아야 했다. 보도된 기사는 물론 기자의 일상적 취재행위까지 문제 삼거나 개인 통화기록을 조회하는 등 그 수위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학계 전문가들은 소송의 결과와 무관하게 언론의 문제제기 자체를 틀어막는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제사회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청와대의 줄소송을 언급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위축을 우려했다. (사진=뉴시스)
권력의 품에 안긴 언론인들
올해도 언론인들의 잇단 ‘청와대행’이 도마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언론인에서 정치인의 옷을 갈아 입으면서 ‘언피아’(언론인+마피아·폴리널리스트) 논란이 불거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지난 2월5일 청와대 인선 발표가 나는 날 당일 오전에도 보도국 편집회의까지 참여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지탄을 받았다. 윤두현 홍보수석도 지난 6월 YTN플러스 사장에서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 권언유착의 논란을 지폈다. 비록 전직 언론인이지만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지난 6월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됐다. 하지만 문창극 후보자의 일제 식민지배 옹호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KBS를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자진사퇴했다. (사진=뉴시스)
장재구 전 한국일보 회장 실형
2013년 한국 언론역사상 초유의 ‘편집국 폐쇄’ 사태를 일으켰던 장재구 전 한국일보 회장이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장 전 회장이 사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한국일보와 서울경제에 약 338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인정했다. 언론사주에 대한 실형 판결은 언론사 경영진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힘을 실은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재판부는 “역사가 있는 중도지의 대주주로서 막중한 공적 책임을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책임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 전 회장은 내년 1월 10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일보 기자들은 법원의 엄정한 판단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