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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라던 대통령 말 그대로 끝났다

비선 국정개입 의혹 보도
실체 못 밝히고 종결될 듯
문체부 인사 개입 등 묻혀
"휴화산…언제든 터질 사안"

강아영 기자  2014.12.23 23: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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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를 ‘종북’이라는 이름을 붙여 비판한 것이다.


전날 최측근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받고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이날,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침묵했다. 지난 1일 수석비서관 회의와 7일 새누리당 지도부 오찬 등에서 ‘국기문란’ ‘찌라시’ 등의 표현을 동원해 강도 높게 비판했던 모습은 사라졌다. 박 대통령의 ‘종북’ 공세는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로 극대화됐다. 


그러는 사이 민간인 정윤회씨가 ‘문고리 3인방’과 접촉해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핵심이었던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은 연출과 극본, 주연까지 한 박관천 경정의 1인 자작극으로 끝나고 있다. 검찰이 오는 29일 문건유출 사건에 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비선실세 없음” “박관천의 단독 범행” 등 일련의 언론 보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첫 보도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정윤회) 동향’ 문건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찌라시’라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정윤회씨, 이재만 총무비서관, 박지만 회장이 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것 말고는 남은 게 없는 셈이 됐다. 검찰이 문건 유출자로 지목한 최 모 경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문건을 첫 보도했던 세계일보 기자들은 소환 조사를 받았다. 


박 대통령이 수첩을 보면서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2명의 이름을 불러 주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청와대 파견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발언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몇 년간 만난 적이 없다”는 정윤회씨와 이재만 비서관의 통화 사실도 드러났지만 그 뿐이었다. 


시사저널이 지난 3월23일 보도한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 기사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실상 허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회장이 오토바이 미행자를 잡아 자술서를 받았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미행당한 사실이 없다. 당시 여러 사람이 나에게 미행당하고 있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나빴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은 23일자 기사 ‘박지만 입에서 미행사건 처음 나왔다’에서 “미행 사건이 박지만의 ‘입’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라며 “박 회장은 시사저널 보도 이후 9개월이 지난 12월19일 현재까지 시사저널에 기사 내용을 정정해달라거나 기사와 관련해 항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박 회장이 ‘큰 누나’인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물러섰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비선 국정 개입 의혹은 청와대 지침을 따른 것으로 보이는 검찰 수사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지 못했다. 언론이 제기한 각종 의혹은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들”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 그대로 ‘찌라시 보도’로 전락했다. 보수·진보 언론이 한 목소리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및 문고리 3인방의 퇴진과 함께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지고,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4%에 달하는 여론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종합일간지 한 부장급 기자는 “휴화산 아니겠냐”라며 “집권 2년차에 불거진 비선실세 의혹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묻혔지만 때가 되면 다시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