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박근혜 정부 들어 위축되고 있는 한국의 언론 자유를 지적하는 기사를 실어 주목받고 있다.
WP는 11일(현지시간) ‘한국 언론인들이 정부 단속을 두려워한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에 민주주의가 정착한 이래 27년 동안 활발한 선거 캠페인과 시위 문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수십 개의 일간지 등이 존재해 왔다”며 “그러나 현재 여러 분석가와 언론인들은 ‘언론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 위협받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진들이 한겨레신문과 조선일보, 시사저널 등에 대해 무더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언급했다. 또한 정윤회씨 등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도 고소를 당했다고 전했다. WP는 “한국에서는 그동안 언론보도에 대해 광범위하게 명예훼손의 예외가 인정됐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그렇지 않게 됐다”고 했다.
서울 ‘뉴패러다임 연구소’의 한국 전문가 피터 벡은 WP에 “박근혜 대통령은 그의 독재자 아버지가 쓴 대본을 이어받고 있다”고도 했다. WP는 박 대통령에 대해 “한국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군사 쿠테타로 권력을 거머쥐며 1960~1970년대를 통치한 박정희 육군 장성의 딸”이라며 “그 기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언론 자유를 포함한 정치적 자유는 억압당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WP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전 서울 지국장의 재판을 비중 있게 전했다. 가토 전 지국장의 보도가 조선일보에 실렸던 기사를 바탕으로 했으며, 조선일보는 고소당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대립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가토 전 지국장은 “이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종류의 리더인지, 그의 성격이 어떠한지 보여준다”며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행정부가 권력을 잡은 것은 대단히 놀랄 만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WP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을 인용, “나는 산케이신문의 입장에 동의하진 않지만 잘못된 사실을 보도하는 개인을 기소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WP는 변호사와 정치평론가의 분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미국 변호사 브레든 카는 “검찰 기소는 언론에 위축효과를 가져오며, 박근혜 정부가 바라는 것이 이러한 효과”라고 지적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현재 한국 정부는 비판적 기사를 쓰지 말라는 메시지를 언론에 전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다시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WP는 지난 2일 한겨레 사설 ‘국정 농단 눈감고 유출·보도에만 성낸 대통령’을 인용(“이런 비정상적인 나라를 만든 자신을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언론에 화를 내는 박 대통령은 얼마나 염치없는 대통령인가”)하며 “그러나 언론은 겁먹지 않고 있다. 적어도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