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해자야.”
2012년 4월2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YTN 사찰 문건에 대한 진상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에게 배석규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2009년 9월 작성)’에는 당시 배석규 사장직무대행에 대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 바칠 각오가 돋보임. 사장으로 임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피해자”라고 주장한 배 직무대행은 그해 10월 사장에 임명됐고,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2008년 10월6일 기자 6명이 해고된 YTN 해직사태는 5년여의 배 사장 임기와 궤를 같이 한다. 시작은 이명박 대선캠프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의 낙하산 사장 논란이었으나 절정은 배석규 사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해직사태가 6년이 넘도록 장기화한 배경에는 배석규 사장이 사태 초기에 노사합의를 파기한 까닭이라고 YTN 안팎에서는 진단한다.
2009년 4월 노사는 ‘해직 문제는 법원 결정에 따른다’고 합의하며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배 사장은 “법원은 대법원을 뜻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같은 해 11월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전원 부당해고 판결이 났지만 배 사장은 용역을 동원해 출근을 막았다. 당시 간부회의에서 배 사장은 “노조 지도부가 판결 전 투쟁을 선언했고 판결 이후에도 경영진을 공격하는 것을 보니 다시 회사를 흔들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배 사장은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 전에는 복직시킬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신년사 등을 통해 ‘노사화합’, ‘노사대화’를 언급했지만 ‘기강 확립’, ‘노조 전향’ 등의 전제를 달아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하던 노조와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6년의 시간이 흘러 대법원 판결까지 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우장균·권석재·정유신 기자는 해고 부당, 노종면·현덕수·조승호 기자는 해고가 정당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부당 해고 판결을 받은 기자들은 8일자로 인사발령이 났다. 우장균 기자는 심의실, 정유신 기자는 스포츠부, 권석재 기자는 영상편집팀에 전보됐다.
하지만 사측은 22일 열리는 인사위원회에 복직기자들의 출석을 요구해 징계 수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해고 수위가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한 것일 뿐 이들의 모든 행위가 정당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YTN 한 중견급 기자는 “사측은 기자들을 6년간 회사 밖에 내쫓은 데 대해 최소한 유감을 표명하는 말 한마디가 없고, 다시 징계하려 한다”며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말했다. YTN노조도 9일 “6년 동안 말 못할 고통을 준 데 사죄와 배상부터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경영진 몇 명의 쓸데없는 자존심을 위해 또다시 징계 불장난을 자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해직사태 해결은 미완성이다. 경영 악화와 시청률 추락으로 위기에 처한 YTN이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직기자 전원 복직이 출발점이라고 구성원들은 입을 모은다. 배 사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 전에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2009년 10월 배 사장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조를 결코 적대시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인 노사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