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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만 있는 지상파 '정윤회 문건' 보도

K·M, 쟁점 사안 정리 수준
청와대·여-야 공방만 전달
종편, 입체적 보도로 차별화

김고은 기자  2014.12.10 13: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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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다룬 문건이 세계일보를 통해 공개된 이후 많은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진실 찾기에 나섰지만, 지상파 방송 뉴스는 사안의 본질을 파헤치기보다 검찰이나 정치권의 ‘입’만 보며 단순히 받아쓰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상파가 의제설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상파는 처음부터 이번 사건을 홀대했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 보도 이후 무려 사흘간이나 KBS와 MBC 메인뉴스에선 관련 사안이 ‘톱’이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 3일 해당 문건 유출 용의자로 지목된 박관천 경정의 일터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한 뒤에야 이를 톱뉴스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다. 검찰 수사 상황을 브리핑하고 쟁점 사안을 정리한 뒤 청와대나 여야 입장을 ‘공방’으로 전달하는 것이 지상파 뉴스의 ‘공식’이다. 특히 MBC는 이 같은 보도 행태가 거의 도식화 됐다. 이를테면 지난 3일 박 경정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을 전한 뒤 정치권 반응을, 다음날에는 박 경정의 검찰 출석 소식을 전한 뒤 정치권이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는 식이다. 사건의 이면이나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발생 사안 중심으로만 단순 전달하는 것이다.


KBS ‘뉴스9’도 이 같은 공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비선 국정개입 의혹’이라는 사안의 본질 대신 문건 유출의 경위와 ‘비밀회동’의 진위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검찰 수사의 프레임에 충실히 보조를 맞췄다. 특히 KBS는 지난 2일 ‘시사진단’에서 정윤회씨가 지난 4월 이재만 비서관과 통화했으며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과 통화했다는 녹취를 확보하고도 정작 메인뉴스인 ‘뉴스9’에선 이를 보도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SBS는 미세하나마 차이는 있었다. SBS ‘8뉴스’는 지난 8일 박 경정 외에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다른 경위들이 해당 문건을 언론에 유출한 정황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같은 날 여당 소장파에서 나온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도 세 번째 뉴스로 비중 있게 전했다. 지난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문체부 고위 간부가 김종 차관에게 건넨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쪽지 파문도 3사 중 유일하게 단독 리포트로 다뤘다. 


단순 사실 전달 수준에 머무르는 지상파 보도에 비해 종편은 심층취재, 대담, 토론 등 다양한 보도형태를 통해 관련 사안을 입체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번 사건 관련 지상파 3사와 TV조선, 채널A, JTBC 등 종편 3사의 메인뉴스를 비교 분석한 결과 종편이 보도량, 형태, 내용 모두 지상파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JTBC는 정윤회씨 첫 육성 인터뷰를, TV조선은 박모 경정 첫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활약이 두드러졌다. 최민희 의원은 “이번 사건 보도를 보면 지상파의 의제 설정 기능은 완전히 실종됐다”며 “지상파가 더 이상 우리 사회 공론장 형성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그 영향력 또한 급격히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관계자는 “이런 사안이 터지면 TF팀을 구성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원래 KBS의 할 일”이라며 “정윤회 문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헤치는 KBS만의 탐사보도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