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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공개 이후 한겨레·조선 보도로 진실 접근하는 '국정개입' 의혹

보수·진보 떠나 진실 파헤쳐
청와대 반박 등 고비 마다
주요 인물 인터뷰 나와 반전

김창남 기자  2014.12.10 13: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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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주요 신문사들의 잇단 보도에 힘입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청와대나 의혹 당사자들이 보도 내용을 부인할 때마다 조선일보, 한겨레 등이 이를 반박하는 보도를 내면서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언론이 진영논리를 떠나 모처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의혹을 풀리기 위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8일자 1면 ‘정윤회 ‘국정개입’은 사실’이란 기사를 통해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은 정씨가 자신의 비선라인을 활용해 퍼트린 루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인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포함된 청와대 안팎 인사 10여명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씨 측은 ‘비선 라인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은 이날 정윤회씨 동향 문건을 첫 보도한 세계일보 발행인, 편집국장, 취재기자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 의혹 당사자인 정 씨는 1일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7년 이래 7년간 청와대 비서관들과는 연락을 끊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 씨의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는 하루 밖에 걸리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씨가 이른바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 중 한명으로 거론돼 온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지난 4월 연락을 취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정 씨는 다음날 조선일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지난 4월 통화했고, 이번 문건 파문이 터지고 나선 안봉근 비서관과 통화했다고 시인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을 사실상 루머로 단정하고, 청와대 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된 경위를 적발하는데 검찰 수사를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구체적인 정황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3일 ‘정윤회 관련 문체부 국·과장, 박대통령이 직접 교체 지시’라는 기사를 통해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정씨 부부가 정부 부처의 감사 활동과 인사에 개입한 구체적인 상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와 승마협회 전·현직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 정씨 부부가 승마 선수인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진 등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 등이 일자 청와대와 문체부 등을 통해 승마협회에 상당한 영향을 행사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4일 박 대통령이 수첩을 보면서 “문체부 국·과장 나쁜 사람이라더라”라고 말했던 구체적인 증언도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 “지난해 9월 이례적으로 단행된 문체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 경질 과정을 취재한 결과, 박 대통령은 그해 8월 유진룡 문체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자리에서 ‘수첩을 꺼내’ 문체부 노 아무개 국장과 진 아무개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을 확보·보도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4일 진행된 조선일보와 인터뷰(5일자 ‘유진룡 “문체부 국·과장 교체, 朴대통령 지시 맞다”’)에서 4일자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어디서 들었는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라고 확인해 줬다.


급기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박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의 좌천인사를 지시한 것은 민정수석실의 보고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언론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언론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나온 공식 문건을 가지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고 확인 역시 현 정부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고위 공무원의 증언을 통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언론의 ‘위축효과’를 노리고 소송으로 맞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