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과학적'이라는 시청률, 못 믿는 이유는…

시청률 조사방법 토론회

김고은 기자  2014.12.05 19:59:23

기사프린트

다양한 스마트 기기의 등장과 함께 미디어 이용 행태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미디어 시대에 맞게 전통적인 TV 시청률 조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방송통신위원회는 2015년 시범조사를 거쳐 2016년부터 고정형TV와 N스크린 시청률 조사를 합산한 ‘통합시청점유율’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 현업인들은 통합시청률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면서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TV 시청률 기초조사 보완과 개선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주최로 5일 국회에서 열린 ‘시청률 조사방법, 어떻게 바꿔야 하나?’란 토론회에선 현행 시청률 조사 방식에 대한 불만과 함께 개선 방향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와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청률은 미디어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광고 집행의 기초자료가 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방송사가 프로그램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정형TV의 실시간 방송 시청시간만 측정하는 시청률이 실제 미디어 이용자들의 시청 패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시청률 조사는 방송 사업자, 광고주, 규제 당국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방송 제작자는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광고비 집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를 의심한다.


이를테면 최근 지상파 수목 드라마 1위가 SBS ‘피노키오’인데 시청률은 고작 11% 수준에 불과하다. 11%만 보는 드라마를 위해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지, 같은 시간 다른 시청자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광고주들은 궁금해 한다. 더군다나 광고 타깃층은 2049 세대인데, TV 주 시청자층은 50대 이상의 실버 세대라는 괴리감도 크다. 곽혁 상무는 “광고주 입장에서 내 돈이 어떻게 쓰이고 합리적으로 집행되는 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현업에서도 불만은 많다. JTBC의 경우 각종 미디어 신뢰도 관련 조사에서 1,2위를 다투지만 정작 뉴스 시청률은 하위권이다. 그러나 JTBC 자체적으로 파악한 온라인 시청률은 15% 수준이다. 이수영 JTBC 편성팀장은 “시청률 관점으로만 평가하면 JTBC ‘뉴스룸’은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팀장은 “시청률은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정량 지표이고, 실제 닐슨코리아에서 시청자 직업과 소득 수준까지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돈 주고 산 데이터를 실제로 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과학적 지표’인 시청률 대신 오히려 화제성이나 버즈(소문)라는 ‘감’에 의존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 팀장은 “현재 시청률 조사가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청률 조사 패널 구성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닐슨코리아의 패널 구성을 보면 20,30대 비율이 낮고 결정적으로 1,2인 가구가 거의 없다”며 “N스크린 조사가 도입되더라도 패널 문제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왜곡된 조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N스크린이 늦어지더라도 빨리 이 부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경 CJ E&M 방송기획담당국장 또한 “통합시청률도 중요하지만 현행 시청률 조사 자체도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2015년 시범실시 후 2016년부터 통합시청률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통위 계획에 대해서도 “난센스”라고 일갈했다. 최 국장은 “현재 실시간 시청률 조사를 정교화 하고 통합시청률 로드맵 작성과 데이터 표준화 방법 등에 대한 자료와 테스트 결과가 쌓여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혜성 SBS 편성기획팀 전문연구위원 역시 “지금까지의 조사 한계를 풀지 못한 상황에서 급변하는 환경을 한 번에 껴안으려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금 연구위원은 “산업별 요구를 정확히 반영해 단계별로 가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기초조사 횟수를 늘리고 패널의 세밀함과 정교함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청률 조사를 담당하는 닐슨코리아의 황성연 클라이언트서비스 부장은 기초조사의 한계 문제를 공감하면서도 비용과 시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했다. 황 부장은 “우리가 하는 건 시청률 조사지 ‘수사’가 아니”라며 “최고의 방법으로 할 수 없지만 지금 비용과 시간의 최선의 방법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시장 주요 행위자들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라도 제도의 정상화가 꼭 필요하다”며 “기초조사를 제대로 하고 전문가 중심 거버넌스 체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TV 시청률이란 개념 대신 ‘다중매체이용’이란 개념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며 “다중매체이용 텔레비전 시청자의 모집단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시청률 제도 개선 논의가 산업별 이해 당사자들 논리 위주로 전개되는 위험성을 경계했다. 정 교수는 “시청률 조사에서 공공성이 높은 콘텐츠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통합시청률 조사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률은 단순히 시청 행태의 반영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청 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정책 방향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면서 “사업 이해 관련 당사자들 위주로 논의가 전개되는 것 아닌지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