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달 27일 YTN 해직기자 6명 가운데 3명은 해고가 정당하고 3명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선고했다. 해고 이후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데 무려 6년, 상고 3년7개월 만이다. 하지만 YTN 해직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3명이 복직하지 못하고 있고, MBC와 국민일보 해직기자들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MBC와 국민일보 해직기자들이 대법 판결을 받은 YTN 기자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를 싣는다. (가나다 순)
이 순간 분노와 좌절이 우리를 일으켜 세울 겁니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가 현덕수 기자에게
현兄. 그러고 보면 우리 둘 참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비슷한 시기에 기자 돼서 비슷한 출입처 나가다가 등 떠밀려 노조위원장도 함께 했잖아요. 그럭저럭 임기 마치는가 했더니 낙하산 사장 만나 회사에서 쫓겨난 것까지 똑같구려.
현兄과 소주 한 잔 한지도 꽤 됐네요. 얼굴 보면 먼저 부친상 때 못간 것 사과하고 싶소. 그런데 툭툭 털고 다 잊으라고 하긴 싫소. 이게 끝이 아니거든요.
지금 대통령 하시는 분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고 했습디다. 이 순간 분노와 좌절이 언젠가 우리를 일으켜 세울 거요. 인생 길게 보고 가자구요.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는 형의 다짐, 저도 다집니다
박성호 MBC 해직기자가 조승호 기자에게
판결 다음 날 통화에서 형의 첫 마디에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성호야, 미안. 내 결과가 잘 나왔어야 MBC 해고자들 판결에 도움이 될 텐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거품처럼 사라졌을 순간에 남 걱정을 하다니. 그런데 저는 형의 미래가 걱정되진 않습니다. 15년 전 검찰 기자실에서 처음 봤을 때나, 해직 이후 같은 사무실에서 제 뒷자리에 있을 때나 형은 똑같았으니까요.
꼬장꼬장한 기자, 반듯한 선배, 착한 사람. 현직에서도, 해직기자로서도 배우고 따를 선배가 돼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는 형의 다짐을 저도 다집니다.
형의 당당한 복직을 보면서 희망의 씨앗을 뿌려봅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우장균 기자에게
장균이 형! 참 질기게 버텼습니다. 형이 아니라 회사 경영진 말입니다. 우리처럼 빨리 변하는 사회에서 6년, 강산이 몇 번 바뀔 시간이죠.
하지만 형은 끝내 YTN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들이 죽도록 막으려고 했던 복직을 쟁취했습니다. 결국 형이 옳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저들이 불의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입니다. 물론 저들의 탄압은 지속될 것이고, 제대로 된 복직도 아직 먼 얘기일 것입니다. 그게 우리 시대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형의 당당한 복직을 보면서 앞으로 또 다른 1000일 뒤 우리 사회의 달라질 모습에 한 줄기 희망의 씨앗을 뿌려봅니다.
질기고 독하고 당당한 노종면, 당신을 응원합니다
정영하 MBC 전 노조위원장이 노종면 기자에게
지난 6년, ‘혹독함’을 넘어 지독한 시간이었다는 노 위원장의 말에 가슴 먹먹합니다. 흔히들 쉽게 얘기하는 ‘언론 종사자의 권리와 의무’가 이처럼 고되고 지난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것임을 저 또한 조금은 겪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노종면의 지난 6년은 이기고 지는 게임을 위해서 걸어온 길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그 길에 놓인다 해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돌파할 노종면임을 잘 알기에 걱정은 안합니다.
유감스러운 법적 최종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영언론의 원칙과 자세를 유감없이 보여준 ‘정말 특별하지 않은 이유’야말로 노종면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이유입니다. 질기고 독하고 당당한 노종면 화이팅!
용서야말로 가장 처절한 복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상운 국민일보 해직기자가 권석재 기자에게
우선 6년 만의 출근을 축하합니다. 훌쩍 가버린 시간이며, 이사로 바뀐 사옥이며… 많이 낯설었지요? 그래도 6년 동안 기다려준 동료들이 있어서 괜찮았을 겁니다.
짐작하건대 지난 세월 어쩔 수 없이 YTN을 떠올릴 때마다 미움과 사랑, 후회와 각오 같은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했을 겁니다.
권 기자를 밖으로 내몰았던 사람들 여전히 남아 있지요. 가능하다면 용서하십시오. 용서야말로 가장 처절한 복수 아닐까 싶습니다. 권 기자가 용서한 사람들에게도 용서를 권하십시오. 그렇게 하다보면 밖에 남아 있는 세 명의 선배들과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늘 즐겁게 사십시오.
치열한 뉴스 현장에서 다시 만날 그날을 고대합니다
황일송 국민일보 해직기자가 정유신 기자에게
유신아! 회사 출입증은 발급 받았니?
무려 6년을 기다린 재(再)출근인데. 네가 보도국이 아닌 노조 사무실로, 그것도 일일 방문증을 끊어 들어가는 모습에 목이 메였다.
내 성질 같아서는 “이런 회사 당장 그만 두라”고 붙잡고 싶었지만 차마 못했다.
네가 조합원들과 함께 지키려했던 YTN의 공정보도를 위해 다시 싸워야 할 때라는 것을 아니까.
길게, 멀리 보고 묵묵히 잘 해 나갈 줄 믿는다. 치열한 뉴스 현장에서 다시 만날 그날을 고대하며 이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