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 기자 2014.12.03 13:10:18
“돌아와줘서 고맙습니다!”
“뜨겁게 환영합니다!”
길고 긴 시간을 돌아왔다. 2008년 ‘공정방송’을 외치며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다 해고된 6명의 기자 중 3명이 돌아왔다. YTN 해직 2248일째인 지난 1일, 오전 8시 서울 상암동 YTN뉴스퀘어로 6년 만에 출근한 우장균·권석재·정유신 기자는 더 이상 해직기자가 아니었다.
마중 나온 70여명의 동료들 얼굴에도 오랜만에 함박웃음이 피었다. ‘복직’을 축하하듯 내리는 눈발에 밝은 표정으로 서로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6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40대에 쫓겨난 우장균 기자는 50대가 되었고, 정유신 기자는 어느새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사옥도 남대문이 아닌 상암동으로 이전했다. 어두컴컴한 새벽 출근길, 낯설기도 했지만 곁을 지킨 동료들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3명은 함께 돌아오지 못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YTN 해직기자 6명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노종면·현덕수·조승호 기자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공정보도에 대한 언론인의 책무보다 회사 경영권에 더 무게를 두며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노조가 진행했던 출근저지와 인사명령 거부, 생방송 뉴스 배경화면에 ‘낙하산 사장 반대’ 문구가 기재된 피켓 노출 등의 행위가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경영권 구성권과 경영주의 대표권을 직접 침해했다”며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011년 항소심 선고 이후 4년여만의 판결이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노종면 전 위원장은 “혹독하다는 표현을 넘어 지독한 시간이었다”며 “이 사건은 단 한 명의 부당징계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번 판결로 YTN 배석규 사장과 경영진, 이명박 정부와 대통합 운운하며 저희를 기만한 박근혜 정권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현덕수 기자도 “선배들은 권력에 엎드리고, 원인을 제공한 정권은 외면하고, 믿었던 법원은 정의와 진실이 아닌 현실을 좇았다”고 말했다.
언론계도 대법원이 언론인들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비판했다. 언론자유와 공정성이라는 공익성을 외면한 ‘최악의 판례’라고 지적했다. 권력에 면죄부를 주고 공정보도를 위해 맞섰던 이들의 해고를 정당화해 사실상 언론인들의 입을 봉쇄하는 ‘겁주기 효과’라고 우려했다.
회사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선을 그었다. YTN은 “징계 해고의 수위가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라며 “모든 행위가 정당하다는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복직한 3명에 대한 인사 발령은 아직 나지 않았다.
YTN 내부에서는 엉켜있는 해직의 매듭을 풀지 않으면 YTN의 미래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YTN의 화합과 재도약을 위해서는 ‘전원 복직’은 필수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해고사태의 책임자이자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배석규 사장이 내년 임기 만료 전 전격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YTN노조는 “갈등 해소와 화합은 법원 판결 등 외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YTN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해직사태를 해결할 때 가능할 것”이라며 “사측의 의지만 있다면 다른 3명도 언제든지 회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도 “배 사장은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해직기자 전원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