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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판결과 박근혜 정권의 사기극

대법서 부당해고 판결 우장균 YTN 기자 특별기고

우장균 YTN 기자  2014.12.02 19: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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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7일 밤 10시. 휴대전화에 초등학교 동창이 보낸 메시지가 떴다. 의사인 그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장균아, 이제 너의 복직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ㅋ, 정권교체가 돼야 복직될 수 있지 않을까?”
“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되면 복직이 안 돼?”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


이틀 뒤 우리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하지 않았다. 친인척이나 친구들 가운데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분이 꽤 있었다. 그들은 박근혜 당선자가 이명박 대통령처럼 언론탄압을 하지 않을 것이며 해직된 언론인들도 곧 복직될 것이라고 격려해 주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대선 공약에 따라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했다. 통합위의 첫 일정은 해직언론인들과 면담이었다. 광화문 통합위 사무실에서 한광옥 위원장과 이명박 정권 때 해직된 언론인들이 만났다. 한 위원장이 해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졌다.


“사회갈등 해소 차원에서 해직 언론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이경재 방통위원장과도 대화할 필요가 있으면 하겠다.”


한광옥 위원장의 말은 곧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었다. 박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해직 언론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겠다는 의지였다. 전두환 정권 시절 해직된 언론인들은 대부분 노태우 정권 출범초기 복직했다. 군인출신 노태우 정권도 대통합 차원에서 했던 일을 박근혜 정권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리 못한다면 역사적으로 노태우보다 언론과 민주주의를 탄압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한광옥 위원장의 발언이 식언임을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을 내세워 국민의 선택을 받았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그 약속을 저버렸다. 박근혜 정권은 경제민주화보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자유를 확대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국민대통합 공약은 이미 오래 전 시궁창에 빠졌고 청와대가 앞장서 사회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2008년 제18대 총선 공천에서 이른바 '친박 공천 학살'이 벌어지자 박근혜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를 겨냥해 한 발언이다. 이 발언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지난 주 대법원은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등 3명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광옥 위원장을 내세워 보였던 국민대통합 제스처는 결국 사기극으로 판명됐다. 박 대통령은 대통합과 언론자유보다 분열과 언론탄압을 선택했다. 또한 적어도 언론탄압에 있어서는 이명박 정권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무슨 약점이 잡혀 있는 것일까? 지난 6년 동안 해직 사태를 주도한 YTN 배석규 사장도 전 정권에 견마지로를 다한 사람이다. 지난 2009년 작성된 총리실의 YTN 사찰 문건에 따르면 배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직기자 6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났다고 해서 YTN 언론인들의 공정방송 투쟁이 종착역에 다다른 것은 아니다. 6년 전 언론자유 투쟁을 시작하며 우리는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에 올라탔다는 것을 알았다. 언론자유 깃발과 함께 달렸던 열차가 잠시 대법원이란 간이역에서 정차했다. 간이역에 내리니 밖은 여전히 겨울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는 바람 한 줄기 쐬고 다시 무한궤도 열차에 올라탄다.


정권은 유한하나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은 무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