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 기자 2014.11.19 13:11:23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는 점심시간을 맞아 인근 회사원들로 북적였다. 특히 MBC와 YTN, SBS, CJ E&M 등이 입주한 구역은 유동인구가 집중돼 있었다. 군데군데 공사 중인 건물과 착공을 준비 중인 부지가 눈에 띄었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들은 서울시가 DMC를 조성하며 내세운 ‘디지털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클러스터’의 면모를 증명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DMC에 이전하거나 이전 예정인 언론사들은 말 못할 고민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건물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는가 하면 수개월 전 건물을 완공하고도 내부 사정으로 입주도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신문 등이 참여한 23층 높이의 디지털큐브 외벽에 ‘임대’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내걸린 것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건물은 계속 짓고 있는데 공실(空室)이 너무 많아 꽉 찬 건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며 “개발 계획이 늦춰지면서 거품도 꺼졌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라 선호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주요 언론사들이 ‘광화문 시대’를 넘어 ‘상암동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KBS미디어(2007년)와 SBS 계열사(2012년)는 일찌감치 상암 DMC에 터를 잡았고, YTN과 MBC는 지난 4월과 9월 차례로 입주를 마쳤다. 한국일보의 ‘디지털드림타워’는 지난달 30일 착공식을 가졌으며, 동아일보는 지난달 17일 ‘동아 디지털미디어센터’를 준공하고 내부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채널A의 제작부서가 옮겨갈 확률이 높지만 아직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중앙일보는 연말연초에 JTBC를 상암동 ‘멀티콘텐츠센터’로 이전할 계획이다. JTBC 이전에 맞춰 이곳에 입주했던 코리아중앙데일리, 중앙북스, 중앙일보 C&C 등은 이달 초 서소문 중앙일보 사옥으로 돌아왔다. 특히 중앙은 지난해 서울신문, 머니투데이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DMC 사업권을 서울시에 반납한 부지 2911.4㎡를 지난 4일 매입했으며 향후 JTBC 전용 건물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5~6년 전 부동산 임대수익을 염두에 두고 치열한 입주 경쟁에 뛰어들었던 언론사들이 서울시가 요구하는 지정용도 비율을 맞추지 못해 속병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부지 공급에 앞서 DMC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미디어·IT 관련 기업으로 60~90%를 채워야 한다는 것을 계약조건으로 내걸었다. MBC(70%)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들은 90% 이상을 유관 기업으로 채운다는 조건으로 평균 20억원 정도 저렴한 값에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DMC 인근이 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한데다 임대료 경쟁력도 없어 관련 기업만으로 입주율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정용도 활용기간제’를 도입해 완공 후 일정기간(5~10년)까지 지정용도 비율을 지키지 못할 경우 위약배상금을 부담토록 하고 있다.
조선일보, 한국경제신문 등 6개 사업자로 구성된 NF컨소시엄은 지난 3월 ‘DMC 디지털큐브’를 준공했으나 8개월이 넘도록 입주기업과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디지털큐브 인근에 133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세우려던 ‘랜드마크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디지털큐브의 가치도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한경 관계자는 “다른 곳에 비해 비싸게 샀는데 랜드마크가 들어서지 않아 외곽으로 밀리면서 임대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이달 중 한경닷컴 계열사를 상암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조선일보도 조선뉴스프레스를 옮길 계획이다. 한경 측은 올해 말까지 건물의 40%가 채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YTN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상 18층 중 8개 층이 비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49억여원을 기록한 상황을 고려하면 회사의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YTN은 사옥 이전 전부터 임대전문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으나 “업체만 믿고 있을 수 없다”며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YTN 직원들에게 입주사 소개를 독려하고 계약이 체결될 경우 해당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YTN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손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속이 탄다”며 “상암 DMC 일대 건물의 상황이 모두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사들은 지정용도 비율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건물마다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다양한 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해야 부동산 시장은 물론 DMC 자체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정용도 비율을 준수한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와 DMC의 당초 취지를 고려하면 규제 완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