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지상파 재송신 대가 산정 협상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의 갈등으로 지상파 송출중단(블랙아웃) 사태 재연이 우려되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직권으로 재송신 협상에 개입하는 방향의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케이블TV(디지털),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는 대가로 가입자당 280원의 재송신료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연말 협상을 앞두고 이보다 40% 이상 오른 400원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상파-유료방송사 간 해묵은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결국 방통위는 법을 개정해 재송신 분쟁에 직접 대응하기로 칼을 빼들었다. 방통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상파 재송신 분쟁과 관련해 직권조정, 재정제도, 방송프로그램 공급‧송출 유지‧재개 명령권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상파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유료방송 업계는 제한적이나마 정부당국의 개입을 반기는 편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는 지난 6일 성명에서 “KBS 등 공적재원이 투입되는 공영방송사가 운영하는 채널을 의무재송신 대상에 포함하고, 대가 산정을 위한 협의기구 운영에 대한 내용도 법안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정부는 오직 국민의 시청권 보호와 합리적인 콘텐츠 거래 풍토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법 개악”, “유료방송 편들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17일 성명을 내어 “자율적인 방송 산업 질서를 무시한 채, 규제기관의 강력한 권력을 휘둘러 유료방송사업자만 편드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부를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행정부가 법원의 판결과 같은 재정제도에 집착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으며, 미래 방송시장의 왜곡을 만들어낼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자율적인 방송사업자 간 거래를 무시하는 방통위의 악성 방송법 개정안을 전면 반대하며, 방통위가 건전한 거래질서를 무너뜨리고 ‘시장경제원칙과 사적자치원칙’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처사를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역방송사들도 방송법 개정안을 “암덩어리 규제”라며 맹비난했다. 18개 지역MBC사장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다매체 중앙집중적 방송환경으로 인해 극심한 재원 부족 상황에 처한 지역의 지상파방송사에게는 경영의 지속 가능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재원”이라며 “방통위가 결과적으로 유료매체에 대한 지역방송의 협상권을 제한하게 될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한다면 지역 지상파방송사는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