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와 이동통신사 간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700㎒ 주파수 대역 중 20㎒ 폭이 재난망 용도로 결정됐다. 국가재난안전망 구축을 위한 주파수 우선 배정은 지상파와 이통사 간에 이견이 없었던 사안이나, 주파수 대역이 ‘통신용 알박기’ 논란이 일었던 기존의 정부 안 그대로 확정돼 지상파에서 반발하고 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주파수심의위원회는 14일 제2차 주파수심의위를 열어 미래부가 상정한 통합공공망용 주파수 분배안을 심의하고, 재난망 구축의 시급성을 고려해 700㎒ 대역에서 20㎒폭을 통합공공망으로 우선 분배하는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700㎒ 대역의 잔여 대역 주파수 88㎒ 폭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열린 국회 미방위 공청회 결과 등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 중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재난망으로 결정된 주파수는 718~728㎒ 대역과 773~783㎒ 대역 10㎒씩 총 20㎒ 폭이다. ‘아시아태평양 주파수 분배 기준’에 따른 것으로 정부가 제안한 방안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난 11일 공청회에서 해당 주파수 대역이 인접국가와의 간섭이 없고 단말‧장비 확보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러한 주파수 할당 방식이 통신사에 40㎒ 폭 주파수를 할당키로 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근거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래부가 재난망을 핑계로 통신사에 황금주파수를 주기 위해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그대로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는 재난망 주파수의 대안으로 758~768㎒ 대역과 788~798㎒ 대역을 제안했으나, 정부는 전파간섭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일축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주파수심의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13일 성명을 내고 “구 방통위가 의결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은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단순 의결 사항”이라며 “이것을 미래부가 재난망 주파수 분배안에 반영한 것은 700㎒ 대역 주파수를 통신사에 내주려 한다는 의심을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이날 성명을 통해 “700㎒ 대역 주파수 활용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국민의 자산인 주파수 활용은 공공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에 여야가 뜻을 모은 바 있다. 그런데 공청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주파수심의위원회를 개최한 것은 주파수 배분과 관련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한 국회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근거한 정부의 주파수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도 14일 성명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수용하기보다는 경매수익 욕심에 매몰되어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혜안을 상실한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 결정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미래부는 주파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수정하고, 공익성에 근거한 주파수 공급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지상파 UHD 추진 정책을 조속히 수립하여 700㎒ 대역에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을 위한 주파수 대역을 배정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