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25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14일, 신문 보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5년 버틴 복직의 꿈이 사라진 데 좌절하며 눈물을 흘리는 해고 노동자의 사진을 1면 머릿기사와 함께 싣고 관련 내용을 2~3면에 걸쳐 보도했다. 반면 1면이 아닌 사회면에 관련 기사를 실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경영의 적법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주목해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아예 관련 사진도 싣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3일 쌍용자동차로부터 해고당한 노모씨 등 153명이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은 인력의 적정 규모 등은 경영 판단의 문제이며 회사가 부분휴업 등 해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에서는 해고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2심에서는 경영상 필요가 있거나 회사의 해고 회피 노력이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 무효’로 엇갈리는 판결을 냈다.
한겨레는 ‘‘5년 버틴 복직의 꿈’ 대법서 무너지다’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해고노동자들의 얼얼한 귀에 재판장의 얼음장 같은 한마디가 와서 박혔다. 5년간의 힘겨운 싸움이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에 차 있던 이들의 가슴을 찬바람이 뚫고 지나갔다”며 “어깨가 처진 채로 걸어 나와 법정 밖 로비에 모였다. 한두 명씩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고, 어떤 이는 안경을 벗고 눈시울을 훔치고 다른 이는 탄식했다”며 노동자들의 심정을 전했다. 또 2ㆍ3면에 걸쳐 대법원이 재계가 요구해온 ‘해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했고, 노동자 생존권에는 등을 돌린 판결로 ‘보수’편향을 재확인했다며 정치권이 적극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도 ‘5년 버틴 복직의 꿈, 끝내… 아빠는 운다’ 기사에서 “44년 전 전태일 열사가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을 외치며 서울 평화시장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던 날. 법원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소망과 눈물을 끝내 외면했다”며 “자살과 질환 등으로 동료 25명의 아까운 생명을 잃어 가며 5년 넘게 법정 투쟁을 벌여 온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회사 복귀는 사실상 무산됐다”고 밝혔다. 고법서 판단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도 ‘끝내 못 닦은 눈물’의 제목으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진을 함께 실었다. 복직 투쟁은 물거품이 됐고, 사측의 손실 부풀리기는 인정되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2000여일 동안 복직을 위해 싸워 온 해고자들은 지난 2월 7일 2심 승소 판결로 일터로 돌아갈 꿈을 꿨지만 이 꿈은 다시 무너져 내렸다”며 “정리해고의 경영상 필요를 폭넓게 인정해 주는 판례도 변함없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3면에서는 우리나라의 모호한 정리해고 기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경향신문도 ‘쌍용차 해고자, 멈추지 못한 ‘6년의 눈물’’에서 “권순일 대법관이 짤막하게 읽은 ‘주문’으로 쌍용차해고자들이 가졌던 복직의 꿈도 사실상 ‘파기’됐다”며 “노조 측은 회사가 제기한 회계법인의 보고서는 신차 출시로 들어올 매출량은 빼고 구차 단종으로 인한 위험만을 강조한 ‘부풀려진 위기’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대법의 쌍용차 판결을 사회면에 배치했다. 노동자들의 표정은 짧게 다루며 판결 내용에 더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10면 2면 기사, 동아일보는 14면 3단 기사로 이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쌍용자동차가 정리해고한 것은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며 “지난 6년 가까이 복직ㆍ법정 투쟁을 벌여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가능성은 이 판결로 더욱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법정을 찾은 해고 노동자 등 100여명은 상고심 선고 직후 법정 바깥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를 지르며 강하게 반발했다”며 “반면 쌍용차는 ‘이 문제로 인한 갈등이 모두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대법원이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를 사측의 고유 권한이라며 ‘해고는 무효’라고 본 서울고법의 판결을 뒤집었다”며 2심에 대한 대법원 판결 내용을 비교했다. 동아는 “대법원은 쌍용차가 해고를 단행해야 할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며 “법정과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된 사측의 회계 조작 가능성도 일축했다”고 밝혔다. 해고 근로자와 가족 50여명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6면에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정리해고 요건을 ‘경영 악화로 현재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법원이 보다 유연한 기준으로 정리해고를 인정함으로써 법 개정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법정 다툼 방침을 덧붙였을 뿐 그들의 표정은 담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13일 메인뉴스에서 대법 판결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MBC와 SBS는 13일 메인뉴스에서 톱뉴스로 이를 다뤘지만 뉘앙스는 달랐다. SBS는 ‘8뉴스’에서 대법원 판결 내용과 2002일의 쌍용차 사태 기록을 2꼭지 연속 보도했다. SBS는 “해고된 근로자들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새롭게 나오지 않는 한 복직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쌍용차 사측과 경영계는 일제히 환영했지만 대법원 앞에서 일주일째 판결을 기다렸던 노동자들은 고개를 떨궜다”고 보도했다.
MBC는 노동자들의 반응을 짧게 언급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경영상황이 긴박했다’는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했다”며 “쌍용차 노조 측은 강력 반발했다. 쌍용자동차는 경영여건이 좋아지는 대로 희망퇴직자 복귀 등 고용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KBS는 6번째와 7번째 뉴스로 대법 판결과 노동계 및 경영계 반응을 보도했다. KBS ‘뉴스9’는 “항소심 승소로 한껏 기대감을 키웠던 해고 근로자들은 강한 실망감을 나타냈다”며 “노동계는 충격에 빠졌고 기업의 판단만으로 해고를 할 수 있도록 사법부가 사실상 용인해줬다며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노동계 반응을 전했다. 이어 “경영계는 정리해고 무효를 판결했던 고등법원 선고가 오히려 이례적이었다며 대법원 판결을 반겼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사회단체 등이 중재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이번 소송은 대량 해고자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감싸 안을지 과제로 남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