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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등에 잠깐 올라타기

[중국 전문기자 양성과정 참가기]라제기 한국일보 국제부 기자

라제기 한국일보 국제부 기자  2014.11.12 15: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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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안다고 생각했다. 황해 건너 이웃인데다 그들 영화도 제법 봤으니까, 우쭐할 만도 했다. 언어를 제외하고 먹는 방식과 입는 모습이 좀 다를 뿐이라 여겼다. 착각이었다. 2년 전 영국에서 1년 동안 여러 중국인과 만나 함께 생활하며 문화충격을 겪었다.


세탁기에서 내 속옷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던 중국 여학우의 모습에 기겁한 건 약과였다. 사고가 전혀 달랐다. 한자문화권 또는 유교문화권이라는 안이한 범주에 함께 묶일 사람들이 아니었다. 중국인은 한국인과 아주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중국이 지닌 저력과 중국의 야망, 고민, 한계도 엿봤다. 중국을, 중국인을 제법 알게 됐다고 자부했다. 또 다른 착각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고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성균중국연구소가 주관한 2014년 중국전문 기자 양성 과정 연수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중국을 좀 더 알고 싶은 마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반복되는 업무에서 떨어져 있고 싶다는 사적 욕망도 작용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의 첫 강의부터 놀고 싶다는, 한번 놀아보자는 허튼 생각은 사그라졌다. 방심하다 단단히 다져진 주먹으로 안면을 강타당한 기분이었다. 중국과 관련해 두 번째 겪는 심리적 충격이었다.


1일까지 이어진 국내 강의는 근육질이었다. 질의응답을 땔감 삼은 학습 열기도 뜨거웠다. 중국 정부가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21년과 국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을 역사의 이정표로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진행 중인 국가 프로젝트들의 실체를 접했다. 미국과 맞서는 대국이 될 것이라는, 누구나 가질만한 막연한 예측은 수치와 그 뒤에 숨은 전략으로 구체화됐다.


비민주적이라고 한국이 곧잘 얕잡아보는 중국 정치의 저력도 깨달았다. 집체학습(당원들의 집단 학습)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을 판단하며 국제 감각을 익히면서 책임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공부하는 당원이 ‘승진’을 해 당 간부가 되는 운영 체제가 건강해 보였다. 집단 지도 체제 방식으로 서로 견제하고 협조하는 권력 운영 방식을 새삼 알게 됐다. “중국에서는 당내의 치열한 싸움이 이루어지기에 굳이 선거를 할 필요가 없다”던 중국 친구의 옛 강변에 뒤늦게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됐다.


2일부터 10일까지 중국에서 보내며 강의 내용을 체감했다. 코끝을 자극하는 베이징 공기에서 스모그의 심각성을 가늠했다. 베이징과 쑤저우, 상하이 곳곳에 쓰여진 표어 ‘중국몽(中國夢)’도 인상적이었으나 ‘자유 민주 평등 법치’라는 문구가 더 선연히 머리 속에 남았다. 중국의 자신감과 야망이 간자체 획마다 깃들어 있었다.


중국은 한눈에 다 볼 수 없는 거대한 용 같다. 14일 동안의 연수만으로 중국을 안다고, 중국인을 파악했다고 자신할 순 없다. 용의 등을 덮고 있는 어느 비늘 위에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할까. 까칠한 비늘에 찔린 기억은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오래도록 각성제로 작용할 듯하다. 지난 2주일은 유익하고도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