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14.11.12 14:35:16
700㎒ 대역 주파수 용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방송인 UHD(초고화질) 전국 서비스를 위해 주파수를 요구하는 지상파 방송사와 급증하는 트래픽 대응을 통한 4000만 스마트폰 이용자 편의 증대라는 또 다른 ‘공공적’ 가치를 앞세운 이동통신 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전국 UHD 방송을 위해 지상파 입장을 지지하며 힘을 실어줬지만, 미래부는 공공성보다 주파수 경매 대금 수입이라는 ‘젯밥’에 관심을 보이며 사실상 이통사 입장만 대변하는 형국이다.
11일 국회 미방위 회의실에서 열린 700㎒ 대역 주파수 용도 관련 공청회에 방송·통신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공청회에는 미래부와 방통위, 그리고 각각 방송과 통신 업계를 대변하는 의견진술인이 출석했다. 관계 부처 공무원과 업계 관계자들이 공청회 자리를 가득 메웠고, 그만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MBC는 아예 이날 공청회를 2시간 동안 TV로 생중계했다.
이날 미방위와 방통위는 700㎒대역 중 20㎒ 폭을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에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88㎒는 지상파 UHD 주파수 분배와 이동통신 대역 재검토를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정책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공동 입장을 내놨다. 일단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가 40㎒ 폭 주파수를 통신용에 할당키로 의결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은 공식적으로 재검토 대상이 됐다.
우선 20㎒ 폭 주파수를 재난망에 우선 배정하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지상파가 UHD 방송을 해야 한다는 점 역시 거의 이론이 없는 상태다. 통신 쪽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 또한 “UHD 방송 생태계 강화를 위해 지상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남는 논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방송과 통신 모두 700㎒ 대역이 아니면 대안이 없는가이다. 우선 통신용 주파수는 있다.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 따르면 2015년 경매 예정인 1.8㎓(30㎒ 폭), 2.1㎓(60㎒ 폭) 외에 2018년 경매 예정인 2.0㎓(40㎒ 폭) 등 최소 300㎒ 폭 이상의 가용 주파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통신 업계에선 당장 트래픽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선 700㎒ 대역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규조 국장은 “내년 주파수 경매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통사 3사 수요를 생각할 때 700㎒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상파는 700㎒ 대역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방송용 주파수 역시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효성이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는 게 이상운 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렇다면 전국 지상파 UHD 방송은 꼭 해야 할까.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을 위해선 54㎒ 주파수가 필요하다. 통신 쪽은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가 6.8%로 적고 그 중에 50인치 이상의 대형 UHDTV를 조기에 구매하기 어려운 계층이 많다”며 효용성 문제를 제기한다.
기존 정부 안대로 통신에 40㎒를 주고 남는 주파수만으로도 지상파 UHD 방송이 가능하긴 하다. 단 수도권 5개 채널에 한해서다. 지역방송은 HD방송만 하거나 중앙에서 쏘는 UHD 방송만 틀어야 한다. 방송 권역이 무너지고, 지역방송의 존립 기반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도 미래부는 “전국 어디서나 UHD를 시청할 방법은 있다”며 지상파 UHD에 주파수를 우선 배정하는데 회의적이다. 조규조 국장은 “전국 방송을 어떤 형태로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경우 UHD 전용 채널을 위성채널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미래부는 지역에서 수도권의 UHD 방송을 ‘시청’만 하는 형태도 ‘UHD 전국 방송’의 개념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말대로 “지역민이나 지역방송 입장에서 보면 뒤로 나자빠질 얘기”다. 18개 지역MBC와 9개 지역민방이 11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어 미래부 주파수 정책을 “지역방송 말살정책”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래부 입장에선 주파수의 공공성 개념도 찾아볼 수 없다. 조 국장은 이날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는데 국가적 합의가 모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발언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700㎒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에 공짜로 빌려주는 대신 이동통신사에 경매로 넘겨 수천억 원의 재정 수입을 확보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계산으로도 읽힌다.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주파수 논의가 통신 업계와 방송 사업자 중심이고 이용자가 빠져 있는 게 혼란의 원인”이라며 “사업자 간 이해 다툼 속에 국민 편익이 희생돼선 안 된다.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기술적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