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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때는 책임자 문책 요구하더니 부당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며 발빼기

[방송문화진흥회의 두 모습]
공공성 훼손에 침묵하면서 시사프로 아이템까지 지적
해직자 복직문제 나몰라라…170일 파업때 중재도 안해

김고은 기자  2014.11.12 14: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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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경영을 관리, 감독해야 할 이사회가 정파성에 휘둘려 주어진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때로는 경영상황은 물론 편성권과 인사권까지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정작 방송의 공공성 훼손에 대해서는 감독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MBC는 지난달 24일 교양국 폐지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호통을 들었다. “교양국 폐지는 아직 결론이 안 났다”는 사흘 전 발언 때문이었다. 왜 거짓말을 했냐고 질타하자 김 이사장은 “몰랐다. 조직개편은 의결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직자 문제에 대해서도 방문진은 “개입할 수 없다”는 일관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감에서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MBC가 내부 갈등과 반목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자율 경영도 좋지만 회사에 큰 손실을 빚는 일이라면 방문진이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재판 중이기 때문에 끼어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MBC 사장님한테 그런 얘기를 해 달라”고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MBC 조직개편과 해직자 복직 문제를 ‘경영진의 고유 권한’, ‘노사 문제’로 선을 긋는 방문진이 그러나 불과 5년 전에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2009년 8월 임명장을 받은 8기 방문진은 당시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소송 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강도 높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인적 쇄신, 단체협약 개정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또한 시사프로그램 아이템까지 일일이 문제 삼으며 프로그램 통폐합을 요구하는 등 편성권을 침해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6년째 방문진을 지키고 있는 김광동, 차기환 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방문진의 끊임없는 ‘MBC 흔들기’에 결국 엄기영 당시 사장은 쫓겨나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김재철 사장을 새로 임명한 뒤 여권 이사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방문진은 경영 관리 감독 사항인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상 책임을 묻지 않았고, 사상 초유의 170일 파업 역시 ‘노사문제’로 치부하며 중재 노력을 하지 않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회가 회사 운영이나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구체적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번 MBC 조직개편처럼 조직의 정체성이나 사회적 역할과 연관될 뿐 아니라 MBC가 지향하는 목표 자체가 변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까지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당연히 의견개진을 하고 경우에 따라 사장과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