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 기자 2014.11.05 13:49:33
MBC의 이번 인사는 2012년 파업 직후와 닮아 있다. 상식 밖의 인사로 기자와 PD들을 ‘교육’과 ‘사업’부서로 몰아냈다는 점이다. 2년여 전 ‘신천교육대’에 격리됐던 기자, PD들은 또다시 교육을 받고 있고, 경인지사와 보도전략부 등 보도국 밖을 전전하던 이들은 본 업무로 돌아가지 못한 채 여전히 주변부를 맴돌고 있다.
MBC는 지난달 27일 ‘수익성’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제작을 연계한 마케팅 강화를 목표로 보도본부 산하 뉴스사업부 등 각 본부별 사업 및 마케팅부를 마련했다. 자산을 활용한 수익 기능을 강화한다며 미디어사업본부에는 신사업개발센터를, 편성제작본부에는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를 신설했다.
하지만 사측이 내세운 포부와 달리 신설 부서들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사업개발센터에는 현업에서 일하던 기자와 PD 등 4명을 비롯한 10여명이 발령이 났다. 하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사측의 한줄 발표만 있었을 뿐, 일방적인 인사 통보에 부서원들은 업무 목적이나 성격 파악도 안 되는 상황이다. 사측은 4일 “신사업개발센터는 올해 처음 도입한 독립채산 방식의 특임사업국에서 수행할 사업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뒤늦게 설명했다. 사무실과 가구들도 인사 발령이 난 지난 주말 사이 부랴부랴 광화문에 마련하며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도 다르지 않다. 뉴미디어뉴스국 2명의 기자 등 8명이 배치됐지만 인사 발령 첫날인 3일 오전 별도의 공간이 없어 다른 부서 사무실을 빌리는 등 업무 환경조차 갖추지 못했다. 모바일 콘텐츠 개발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지만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MBC 한 기자는 “목표를 갖고 부서를 만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적의 인력 재배치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경쟁력과 수익성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그에 대한 고민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2012년 파업 이후 기자들의 ‘유배지’화 된 경인지사와 보도전략부에도 기자들이 보내졌다. 경인지사는 수원총국, 인천총국 등으로 나눠진 사업 관련 부서로 보도 업무와 무관하다. 보도본부 산하 보도전략부와 미래전략본부 산하 미래방송연구실 등은 2012년 파업 이후 만들어져 파업 참가자 등을 주로 보내며 ‘부당 인사’의 표상이 됐다. 실제 해당 부서에서 기자들은 취재 및 보도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어 “박탈감과 상실감이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
12명의 교육 발령자들은 3일부터 2주간 교육에 들어갔다. 교육 명령을 받은 기자, PD들은 첫날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오리엔테이션 및 경영환경의 변화와 사고혁신’을 주제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MBC 직원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아닌 타 기업 직원들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간에 들어가며 혼란을 빚었다. 또 회사가 교육 대상자들에 대해 ‘저평가’와 ‘역량강화’ 이유를 댔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구체적인 이유를 듣지 못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 교육대상자는 “회사가 교육을 받는 이유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며 “역량이 부족하다면 타당한 근거를 대야 할 것이다. 수긍하지 못한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교육 일정에는 인간관계의 혁신 및 개인별 직무역량 교육 등이 있다.
2박3일로 예정된 ‘가나안 농군학교’ 일정도 논란이 됐다. 10여년 차부터 20년차가 넘는 부장급까지 적지 않은 경력을 가진 기자, PD에게 과연 적절한 지 여부다. 가나안 농군학교는 농장견학과 효 사상과 실체, 낱알의 철학(식탁교육)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2012년 파업 이후 사측의 강제 교육 명령으로 100여명의 기자, PD 등이 쫓겨난 ‘신천교육대’를 연상시킨다. 당시 사측은 MBC아카데미에서 요리강좌 ‘브런치 교육’ 등의 교양강좌를 진행해 비난을 받았다.
안광한 사장 취임 후 첫 교육발령이지만 누구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MBC 한 기자는 “교육을 빙자한 사실상의 징계성 교육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제2의 신천교육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자도 “과연 12명에만 해당 되겠는가”라며 “일종의 선전포고가 아닌지 앞으로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사측은 가나안 농군학교 프로그램을 대체했다. MBC는 “일부 구성원 등의 의견을 반영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당 프로그램을 대체했다”며 “교육대상자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업무활동을 개선하고 역량을 증진하는 방안을 강의와 체험학습을 통해 교육하게 된다”고 4일 밝혔다. 사측은 직무 교육을 실시한 후 인사를 재배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