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 국내외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13일자 신문에서는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와 권태호 한겨레 정치부장이 칼럼을 통해 검찰의 기소 결정을 지적하며 비판 여론에 가세했다.

심규선 대기자는 ‘산케이 전 서울지국장 기소는 패착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가토 전 지국장을 기소한 것, 정확히 말하자면 기소 과정이 패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벌백계로 재발방지를 하겠다고 하지만 대통령과 외신의 갈등이 수사로까지 번지는 일은 수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고, 결국 기소 사실만 남고 교훈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기소에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심 대기자는 “잃을 게 없다면 기소를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지만 잃은 것이 많다”면서 “가토 전 지국장은 10일자 산케이신문 1면에 큼지막한 수기를 실으면서 핍박받는 영웅이 됐고, 대통령이 한 일본 기자를 너무 키워주고 자신은 너무 작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 언론에도 호재를 던져줬다”면서 “유력 외신은 기사 내용보다 기소만을 문제 삼아 일제히 한국을 비판했고, 한국은 졸지에 언론을 탄압하는 나라가 됐다”고 전했다.
심 대기자는 그러면서 기소의 적절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청와대, 외교부, 검찰 등이 기소 여부를 숙의했어야 하지만 그런 흔적이 없다”며 “기소의 득실을 냉철하게 따져보는 과정이 없어 결과의 패착보다 과정의 패착이 더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 외국 기자가 관련된 사건을 처리하며 득실을 분석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직무유기”라면서 “기소유예를 함으로써 대통령의 너그러움을 보여주고, 가토 전 지국장과 산케이신문에 빚을 지웠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권태호 정치부장도 이날 ‘산케이를 언론자유 기수로 만든 청와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청와대를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의 강경발언과 한국 검찰의 ‘오버’가 현지 신문을 베끼고 거기에 주석 몇 문장 붙여놓은 특파원을 졸지에 언론자유의 기수로 만들어줬다”며 “그런데 이후 진행상황을 보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책임을 물은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권 정치부장은 “현재 이 사건은 자유수호청년단과 독도사랑회 등 시민단체가 가토 전 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이 이를 고발 사건으로 다루면서 출국 정지, 기소 등 강경 대응하는 상황”이라며 “제3자가 고발했고, 당사자인 청와대는 제3자가 되어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 고발의 경우 기사 내용이 허위임을 드러내기 위해 반론을 제기해야 하는 부담을 의식한 때문에 뒤로 빠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 정치부장은 이 사건이 엉뚱하게 언론자유 논쟁에 한-일관계 부담 등 청와대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번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는 게 목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산케이 보도가 이제 한국, 일본이 아니라 전 세계로 다 퍼져나가 대통령의 명예를 더 실추시켰다”며 “국익도 훼손됐고 향후 검찰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움직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지난 8일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며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외신기자클럽은 “특정 기사와 관련해 진행된 이번 수사과정과 기소 결정이 대한민국 언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모쪼록 언론 환경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