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아간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MBC에 꼭 복직할 것이다. 반드시.”
박성제 MBC 해직기자가 최근 출간한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책이 화제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골프에 몰두했던 한량 기자가 2007년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한 MBC 노조위원장을 덜컥 맡았다가 좌파 언론인으로 찍혀, 2012년 해직된 후 ‘어쩌다 보니’ 스피커 장인이 된 이야기다.
책에는 박 기자 특유의 유쾌함과 진지함이 버물어졌다. 솔직한 이야기에 언론계 동료들은 웃고 울었다. 책을 쥔 순간 그 자리에서 내리 읽었다는 이도 많았다. 국문학도인 그가 방송기자로서 숨겨진 글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해직기자라고 무겁게 쓰기는 싫었다. 겪은 일들을 편안하게 들려주고 싶었다. 특히 지난 정부부터 최근 몇 년간 MBC와 언론계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쉽게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박 기자는 설명했다.
하루아침에 설 자리를 잃은 그에게 버팀목은 스피커 제작이었다. 아내를 위한 소품 가구를 시작으로 목공에 발을 들인 후 오랜 취미인 오디오 수집으로 자연스레 자작 스피커에 도전했다. 그렇게 ‘쿠르베(Courbé)’ 스피커는 세상에 태어났고, ‘PSJ 디자인’ 회사가 설립됐다. 구본준 한겨레 기자는 “해직이라는 어려움 속에 긍정적인 마인드로 삶의 동력을 얻은 도전정신과 추진력에서 그의 기자정신이 느껴진다”며 “그 이야기를 경쾌하고 매끄럽게 펴낸 그는 타고난 기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책 첫 장부터 펼쳐진 해직 과정은 씁쓸하다.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박 기자가 간부들에게 해고 사유를 묻자 돌아온 것은 사진 두 장이었다.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집회 당시 조합원들 뒤쪽에 서 있는 모습인데, 그가 후배들을 지휘했다는 것이었다. 구 기자는 “사진에 찍혔다는 이유만으로 해직시킨 언론사 간부들의 언론관은 절망스러운 수준”이라며 “공영방송이라는 MBC 내부에서 입신양명을 위해 후배이자 동료들의 일생을 함부로 한 행위와 구조가 굉장히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위원도 “해직의 분노를 ‘헐크’, ‘늑대인간’ 등 해학적으로 표현해 폭소를 터뜨리게 하더니 곧바로 눈물이 흐르게 한다”며 “중학생 딸이 아빠가 실직해 연예인처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니까 좋아하는 척을 하고, 전직 기자인 부인은 곧 복직될 거라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데 코끝이 찡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범한 기자가 배후 조종자처럼 부당하게 해직 당했다”며 “정의가 이겨 좋은 기자가 살아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르베 스피커가 유명세를 타며 복직이 두 번째가 되지 않겠냐는 물음도 많다. MBC 후배들도 사업이 성공하면 행여 그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박 기자에게 복직은 변함없는 1순위다. “MBC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단 한순간도 바뀐 적 없다. 제자리로 돌아가 MBC가 옛날처럼 사랑받는 방송이 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