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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지금 육아휴직 중"

'편파적 육아일기' 연재 중인 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강아영 기자  2014.09.24 15: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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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약속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언제가 여유롭냐”는 물음에 “내가 여유로운 시간보다 아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후를 골랐다. 그런데 인터뷰 당일 유모차 안의 아들은 깨어있었다. 오늘따라 제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잠투정을 부리는 중이란다. “바쁘신가요? 별 일 없으면 공원 한 번 도시죠.” 아들을 들쳐 안은 그를 따라 얼떨결에 유모차를 끌었다.


정민승 기자는 지난 6월 중순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한국일보 편집국에서는 3번째, 전 직원 중에서는 4번째 남자 육아휴직이었다. 작년 8월에 태어난 아들을 주말동안 돌보면서 ‘해보려면 해볼 수 있겠다’ ‘내 자식 내가 보는 건데 힘들겠어?’라고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태어난 후 3년 동안 아이한테 신경을 잘 쓰면 이후 안정되고 올바르게 큰다’는 온갖 교양물들과 육아전문가들의 조언도 한 몫을 했다. 


육아휴직은 생각 이상으로 달콤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바쁜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여유를 즐겼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전국 각지의 물놀이 시설을 순례했고 미국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육아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의 복직 이후 하루 종일 아들을 돌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전 6시 올라타며 깨우는 아들로 하루를 시작해 밥 먹이고 설거지하고 산책 가고 낮잠 재우고 다시 밥 먹이고 청소하고 간식 먹이고 놀아주는 하루 일과는 그에게 너무 고됐다. 요즘은 성의에 호응해주고 있지만 한때는 이유식 먹이는 일로 전쟁을 치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점은 육아 고독이었다. 주중에 유모차를 끌고 자주 출몰하는 아저씨를 동네 사람들이 백수처럼 바라보는 편견어린 시선도 힘들었고 육아 정보를 공유할 사람이 근처에 없는 것도 힘들었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다 보면 육아 중인 아줌마들과 친해지고 육아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벽도 높았다. 배척당하는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아줌마와 아저씨의 벽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정 기자는 주변에 육아휴직한 아빠가 딱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같은 처지의 아빠가 있다면 아이 키우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단다. 


그래도 정 기자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것이 아빠 육아라고 했다. 우선 아이 엄마가 안정된단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심지어 친정 엄마라도 아이를 잘 돌보는지 불안해하는데 아빠가 육아를 하면 그 스트레스가 일거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빠의 육아로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는 그래서 육아하는 아빠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지난 8월18일부터 한국일보닷컴에 ‘정민승의 편파적 육아일기’라는 제목의 글을 연재하는 것도 그 바람의 일환이다. 디지털뉴스부장의 제안으로 마지못해(?) 시작했지만 이 글로 인해 육아를 고민하는 많은 아빠들이 자극을 받았으면 한단다. 그래서 내년 5월 말 복직 전까지 육아일기를 연재하는 한편 추후 쓸거리가 떨어지면 아빠 육아에 척박한 사회를 고발하는 글들도 쓸 계획이다. 모든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대가 당연하게 있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